교사들의 장인정신이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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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 편집주간
이 시대를 다가치 시대, 혹은 다양성의 시대라 부르기도 한다. 분명히 과거처럼 획일적인 가치와 획일적인 이념으로는 시대를 논하거나 살아가기는 힘들 것이다. 이는 교육도 다르지 않다. 학생들의 교육적 요구가 다양화되고, 학부모들의 요구도 그러하며, 사회가 학교나 교사에게 요구하는 기대 가치도 매우 다양한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한다면 교육은 보수적이어야 한다. 교육이 사회적으로 계승돼온 가치를 전승하고, 미래 시대를 살아갈 청소년들을 사회가 요청하는 가치에 맞게 길러내는 인위적인 조작행위라면, 교육은 기존의 가치를 존중하고, 선대의 가치를 계승하는 보수성을 지녀야 한다. 그러기에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했다. 백년을 설계하는 교육을 대통령이 바뀌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뿌리부터 뒤흔들어놓는 교육 정책 부재 현상을 지난 20여 년간 지켜보면서, 사회의 급격한 변동과 변화가 교육에 미치는 부작용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요즈음 교육현장은 내외의 악재와 압박으로 점점 더 교사의 설 자리가 줄어들고, 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간섭이 높은 교육열을 의미한다고 착각하는 학부모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육부마저 현장의 교사들을 믿지 못해 각종 제도와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심지어 학생들에 대한 지도권이나 평가권마저 박탈하고 있다. 서술형을 몇 % 출제하라느니, 수행평가는 몇 % 이상이라느니 별의별 간섭을 다한다. 심지어는 사랑의 매를 ‘폭력’으로 평가절하하면서 교육 방법까지 이래라 저래라 간섭을 해댄다. 그것이 훌륭한 교사와 교육을 만드는 것인 줄 착각하는 게 요즘 교육당국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러한 까닭에 이 시대는 그 어떤 시대보다 교사들의 자기 소신과 교육철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교사들은 물건을 떼어다가 파는 사람도 아니고, 쇳덩이로 기계를 만드는 사람도 아니요, 지폐 헤아리듯 아이들의 숫자만 세고 셈을 해서 대차대조표를 정확하게 맞춰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변화무쌍한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더욱 훌륭한 미래로 보내기 위해 인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어떤 일이건 현장의 사정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더구나 물건이나 장비를 다루는 게 아니라, 워낙 다양한 개성을 지닌 아이들을 다루는 교육 현장을 무슨 공사장처럼 시방서를 가지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따라서 아이마다, 교사마다 특성이 다르기에 이들을 제대로 기르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방법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 교사의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교육적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교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졌다.’라는 탄식들을 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다르다. 원래부터 교사들의 설 자리는 없었다. 육아와 교육의 본령은 부모가 직접 자식을 키우고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러기에 교사들이 설 자리는 애초부터 없던 것인데,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니 뭐니 하여 스승 존경하는 분위기를 사회적으로 만들어준 것뿐이었다. 그래야 내 자식 가르치는 스승의 권위가 서고, 그래야 자녀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제대로 받을 것이니 사회가 선생들에게 임시로 자리를 만들어주었을 뿐이었다.

그러기에 교사들 스스로 설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따라서 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미래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겠다는 장인정신이다. 너트와 볼트를 끼워 조이는 데에도 사이즈에 따라 수많은 공구가 필요한데,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되고 식의 간섭에서 벗어나, 소신 있는 사고, 소신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우리들 교사 각자의 장인 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육 외적으로는 현장에 대한 간섭보다는 믿음과 격려로 현장을 지켜봐주는 여유를 주문하고 싶다. 학부모나 교사나 아이들이 잘못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똑 같기 때문이다. 그것이 교육을 바라보는 국가나 사회의 바람과도 일치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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