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우주센터가 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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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제주대학교 교수 / 논설위원
13년 전 남제주군 대정에 오려던 우주센터를 제주도민들이 한 마음으로 몰아내어(!) 전남 고흥의 외나로도에 보낸 일이 있다. 당시 우주센터를 몰아낸 논리는 세 가지였다. 첫째, 그게 군사시설이라는 말도 안되는 소문을 사람들은 믿었다. 둘째, 1년에 한 번도 되지 않을 발사당일에 농업과 어업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셋째, 송악산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었다. 혹자는 이주를 해야 하는 주민 때문에 우주센터를 받지 못했다고 하기도 한다.

물론 지금은 그 일을 아쉬워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가 우주강국이 되려면 언젠가는 제2의 우주센터가 필요할 것이다. 이때 다시 제주에 노크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과연 그때에는 무슨 일이 생길까?

미래는 과거와 현재를 바탕으로 예측한다. 과거의 경험을 검토하고 잘못된 부분을 도려내지 않고 덮어놓은 상태라면 백발백중 과거의 일이 재현될 것이다. 나는 과거의 잘못된 일에 대한 반성이나 원인규명이 되지 않고 일이 바로잡아지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내가 지난 10년간 보아온 제주에서 일어날 법한 시나리오는 이렇다.

첫째, 소수의 극렬한 반대자의 의견이 마치 제주 전체의 의견인 양 제시되고 찬성측 인사들은 침묵할 것이다. 뒤에서는 찬성이라고 말할 것이지만 신문지상이나 공식적인 자리에 찬성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는 인사들은 없을 것이다.

둘째, 안되는 이유를 찾아내는데 익숙한 공무원들은 안되는 이유를 제시할 것이다.

또 일을 쉽게 털어버리는 해법을 찾아서 도지사에게 제시할 것이다. 제주의 미래보다는 당장의 도백이 원하는 길을 찾아줄 것이다.

셋째, 마을을 지키고 환경을 지킨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 도롱뇽이던 뭐던 하나 들고 나와서 그것을 지켜야 한다고 할 것이다. 나는 제주가 부가가치가 높은 2차, 3차 산업이 아니라 원재료를 그대로 파는 1차 산업에 머물러 있고 그래서 여전히 가난한 것이 싫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일자리를 줄 수 없고 마땅한 산업을 발굴하지 못하는 것이 싫다. 더 싫은 것은 들어오려는 것을 못 들어오게 하는 것이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교통이 손쉬워졌기 때문에 지역적인 열등감에 빠질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도 열등감에 빠져서 비아냥거리는 태도를 가지거나 지나치게 제주사람끼리 몰려다니는 태도를 가진 것도 불쌍하게 보인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가난에 빠져도 제주 내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사회적 환경이 불만이다. 일자리가 없어서 외지에 나가야만 하는 현실은 도정이 최우선적으로 해결할 일이다. 그런데 이 일에는 분노하지 않고 고작 교통관련 민원이나 제기하는 것도 불만이다.

관광에 종사하지만 대형시설의 투자는 못하고 또 이에 투자한 외지인에게 돈이 나가는 것을 아까워 하는 모습도 한심하다. 일하는 대신, 법과 제도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바꿔서 공짜로 잘살려는 태도도 치사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괴이한 논리를 만들어서 유포해도 이 사회에서 이상하게 취급되지 않는 것도 답답하다.

제2의 우주기지는 언젠가 제주에 노크할 것이다. 그러나 노크는 오래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분명한 호재는 타 지역에서 놔둘 이유가 없다. 제주에서 거절하면 돌아보지 않고 타 지역으로 가 버릴 것이다.

심지어 각종 정치적인 압박이 실무자로 하여금 제주에는 노크하는 시늉만 할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나는 이런 시설이 제주에 와서 연구원 일자리가 생기고 연간 수백억원의 연구비가 들어와 제주도 내에서 풀리고 관광에도 기여하는 일을 보고 싶다. 그런데 제주가 그럴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것 같아서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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