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의 불편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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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前 제주문인협회 회장 / 희곡작가
과거에 비해 TV 채널이 다양해졌다. 지상파 방송, 케이블 TV, 스카이라이프에 이어 작년 종합편성채널이 개국 되면서 장르가 아주 다양해져서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넓어졌다.

그런데 가만히 따지고 보면 4개의 종합편성채널은 시청하기 불편한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프로그램에 차별성이 부족하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을 개국하면서 지상파 방송과 프로그램 수주 회사의 많은 제작자, 연출가, 인기MC 등이 종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그런지 지상파 방송에서 보던 비슷한 프로그램이 종편에서도 방송되고, 제작력의 한계인지 몰라도 타 종편의 인기 있는 콘텐츠들을 버젓이 베끼고 있다.

음악 신인 발굴 프로그램이 그렇고, 인생 병법에 고수 비법이 등장하고, 속풀이 토크쇼에 웰컴투시월드로. 먹거리 X파일에 비슷한 프로그램으로, 시사토론은 같은 시간대에 맞불을 놓는다.

그리고 출연진이나 패널은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채널을 돌려도 그 얼굴이 다른 채널에 나온다. 같은 사람이 같은 채널의 비슷한 포맷에도 출연한다.

대한민국에 그렇게 사람이 없는가? 아니면 안이한 프로그램 제작 때문인가?

이런 겹치기 출연의 백미는 이번 18대 대통령 선거 시사프로그램에서다.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 여론전문가라는 사람이 그렇게 없어서, 종편 채널마다 같은 사람인가? 심지어 다른 채널과 겹치기 출연으로 제한된 생방송 시간도 못 채우고 자리를 비워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광경도 보았다.

그리고 패널들의 정체성과 전문성에도 문제가 많았다. 패널들은 방송을 할수록 진화하는지 같은 말을 반복하다가 다른 채널에 출연해선 말을 바꾼다. 갖가지 근거를 대며 투표율이 60% 초반에 머물 것이라 주장했던 정치평론가들이 상당 수였는데 선거 후 출연해선 뻔뻔스럽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 많은 대학에 정치학과, 사회학과, 법학과 교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리 사회에 법률가, 전문가들이 얼마나 많은데 왜 한정된 인원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지 제작진의 안이한 자세 탓을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일 년 전 종편 개국 첫날 4개 채널 모두 일제히 여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박근혜 대표의 대담프로그램을 별도로 편성하는 것을 보고 짐작은 했지만 여권 후보에 대한 편들기가 너무 심했다. 4개의 종편 채널이 모두 신문 재벌이 대주주로 참여한 보수언론이라 하더라도 여론을 지나치게 선동하거나 호도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종편을 시청하면서 느끼는 불편함은 중간 광고 방송이다. 그건 케이블 TV도 마찬가지로 상업방송이 가지는 특징이기도 하겠지만 중간 광고로 분위기를 단절시키는 게 너무 잦다. 특히 대부업체의 광고가 유난히 많은 것은 이들 대부 업체들이 종편에 많은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부실금융기관으로 판정 난 저축은행들도 몇 채널에 지주로 참여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유난히 대출업체의 광고가 많은 소이다. 과거 부실저축은행 퇴출에서도 일부 채널에선 부실저축은행을 살려야 한다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종편 한 개 채널을 유지하려면 연간 2000 억 원이 든다고 한다. 그래서 대기업을 끌어들이려 하고 사안 마다 대기업을 옹호하는 쪽에 선다. 그렇지 않아도 종편이 출발하면서부터 신문 재벌이 언론을 독과점하려 한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전 국민 80% 이상이 시청하는 케이블, 종합편성채널은 공정하고 정직해야 한다. 지상파 공영 방송과 종편이 모두 정부의 편을 들고 여당의 독주를 눈감을 때 국민은 눈물을 흘려야 하는 현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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