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건물 거주하는 취약계층 힘든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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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열기기 난방 화재 위험...주택 리모델링 등 지원 필요
최근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면서 가건물에 살고 있는 독거노인들은 그 어느 해보다 혹독한 겨울나기에 들어갔다.

24일 제주시내에서 9.9㎡(약 3평) 남짓한 컨테이너에 홀로 살고 있는 J씨(90·여).

전기매트가 깔려 있는 방은 싸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안부 확인 차 방문한 소방공무원이 말을 건네는 도중에 하얀 입김이 나올 정도로 온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갈 데가 없어 5년 전부터 컨테이너에 거주하고 있는 J씨는 “언 곳에서 오래 살아봐서 괜찮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낮에도 털모자를 쓰고 무릎담요를 덮어 추위를 막고 있었다.

남의 땅에 설치된 컨테이너라 구들장이나 보일러는 설치할 수 없는 상황. 전열기기는 화재 위험이 높아 들여 놓지 못하고 있다.

제주소방서 관계자는 “의용소방대원들이 수시로 방문해 쌀과 생필품을 전해주고 있지만, 주거 환경이 열악해 난방을 위해 전기난로를 사용하다가는 화재 발생이 우려 된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실례로 지난 3일 성산읍의 한 주택에선 전기매트 과열로 불이 나 홀로 사는 90대 할머니가 숨졌다. 불이 날 당시 집에 설치된 화재감지기가 울렸으나 잠을 자던 할머니는 미처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처가 취약한 소외계층들의 겨울나기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1월 제주시 건입동의 과수원 판잣집에서 살던 60대 노인이 동사로 숨졌기 때문이다. 행려자인 이 노인은 수 년동안 전기나 난방시설이 없는 판잣집에서 홀로 살아왔다.

사건 현장을 찾은 경찰은 1평도 안 되는 엉성한 판잣집에서 60대 노인이 수 년간 살아 온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올 겨울을 앞두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취약계층 거주 실태를 조사한 결과, 가건물 25곳에서 28명이 생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컨테이너가 16곳(17명)으로 가장 많았고 비닐하우스 3곳(5명), 판잣집 3곳(3명), 창고 2곳(2명), 임시 거처 1곳(1명) 등이다.

특히 거주지가 불분명해 동사 가능성이 높은 노숙인은 9명으로 파악됐다. 또 노숙인으로 전락할 수 있는 관리대상은 47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도는 가건물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의 안전한 겨울나기를 돕고 있지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도 여전해 주거환경 개선 등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컨테이너 등 가건물은 무허가 주택으로 겨울철 문어발식 전기 사용으로 화재 위험이 매우 높아 무턱대고 난방기기를 지원할 수도 없다”며 “조립식 건물로 새 단장하는 주거환경 개선이 필요한데, 남의 땅에 지어진 임시 거처라 신축이나 보수에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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