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賞)과 상금(賞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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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호. 前 중등 교장 / 시인
“상금으론 얼마 타십디가?”

2012 제주특별자치도문화상 시상식(12월 20일)에 작은 봉투를 마련하여 다녀왔다.

수상자는 축하객을 그냥 보낼 수가 없어서, 점심을 미리 예약해 두고 있었다. 식사 중 한 사람이 상금액에 대하여 물어 본 것이다. 대답은 ‘한 푼도 없습니다’이었다.

모두들 상당히 의아한 표정이었다.

제주문화상은 1962년에 제정돼 올해로 51회째를 맞이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의 진흥과 지역사회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큰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주는 상이다.

제주인에 대하여, 제주인이 주는 노벨상이라고 하면 지나친 비유일까? 그만큼 가장 보람 찬 상이다. 해마다 12월에, 자칫 망각으로 흘러갈지도 모르는 인물과 업적들을 찾아내어, 시상기록으로 역사 속에 남아 있게 하고, 또한 그 노고에 박수를 보내려는 뜻에서 제정(制定)되었을 것이다. 수상자 발표는 ‘하마터면 이런 분을 잊을 뻔 했구나’하고 박수의 힘이 더하여지기도 한다.

그런 박수의 대상(大賞)에 상금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어딘가 부자연스런 점이 뭉클 만져지지 않는가? 상금이 없다고 하여, 50여년 전통의 행사가 바뀌거나, 그 가치가 갑자기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연히, 수상자는 이렇게 저렇게 갖추어 달라고는 말 할 수 없을 것 아닌가. 중요한 것은 받는 사람 쪽에 있는 것이 아니라, 시상자(施賞者) 쪽에 있는 것이다.

상(賞)은 상(尙)의 음가(音價)에 돈(貝)을 내려 준다는 것이 붙은 것이다. 한자가 상형(象形)될 때에, 조개(貝)가 돈으로 쓰였다는 것은 교실수업에서 누구나 들었을 것이다. 즉, 물자적(物資的) 격려를 함에서 상이 비롯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운동회는 상(賞)이라는 잉크 고무인 찍힌 공책이었고, 시골 노래자랑엔 주전자나 양은 그릇 따위가 번쩍이며 얼굴을 내던 시절도 있었다.

한국의 프로 골퍼들이 세계적인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그로써 상금을 포함한 수입에 관심이 더욱 커져간다.

이게 요즘의 문화의식이다. 프로 복서들이 원초적 싸움으로 얼굴에 불어 튼 피멍을 무엇으로 안위(安慰)를 할까. 과정의 성취라고 할런지 몰라도, 그에 따른 수입의 변화가 아닐 텐가.

축하(祝賀)한다는 말은 ‘돈(貝)을 보태어줌(加)으로써의 하(賀), 맏이(兄)의 모습을 보임(示)’으로써의 축(祝)으로 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모든 경조사에 하의(賀儀) 혹은 부의(賻儀)의 봉투를 건네는 것도, 이로써 기본적 예의를 갖추려는 것이다.

예(禮) 또한 여유로움(豊)을 보이는(示) 것이다. 제주문화상의 시상자는 도지사이다. 시상을 하면서 뭐라고 수상자에게 코멘트 했을까? 아마도, ‘축하합니다’라고 하지 않았을까. 이런 경우를 겉말(Lip Service)이라 한다. 상금이 없는 상패나 상장은 자칫 입에 발린 이른바 겉말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수상자로 선정되는 것만으로도 큰 축복이어서, 상금이야 있거나 말거나라고 표정이야 짓겠지만, 표현이 없다고 하여 내심(內心)이 표정과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선거의 표심(票心)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바탕에서, 상금이 선거법에 거스르는 것이라면, 어찌 50년 전통을 이어오다가 작금(昨今)에야 이렇게 되었을까? 선거에 관련 되어 상이 기본을 갖추기 어렵다면, ‘제주문화상 위원회’를 조직해 운용하는 방법은 어떨까.

상(Prize)은 그 값(Price)에 따라 긍지(Pride)가 오르내릴 수도 있다. 그것을 좌우하는 으뜸(Primary) 역할을 시상자가 갖고 있는 것이다.

세밑이 다가온다. 내년 시상(施賞)은 기본적 예의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 마음(?)이 항상 푸르러(靑)서, 정(情)이 많은 제주인(濟州人)들이 텅 빈 박수를 치지 않게 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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