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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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싹(어린이)을 위하는 나무는 잘 커가고 싹을 짓밟는 나무는 죽어버립니다. 우리들의 희망은 오직 한 가지 어린이를 잘 키우는 데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사회에서 천대받던 아이들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어린이’라는 존칭을 만들었고 세계에서 처음으로 ‘어린이날’을 제정하는 등 어린이 운동을 주도한 소파 방정환 선생이 1925년 5월 1일 어린이날에 뿌린 전단지 속에 들어있는 말이다.

33세라는 짧은 생이었지만 그의 삶은 어린이를 위한 삶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아동잡지인 ‘어린이’를 창간해 동화문학의 장르를 개척했으며 세계 최초의 어린이 인권선언, 색동회 등 소년 단체를 통한 교육운동을 주도하는 등 어린이를 위해 생을 바쳤다.

소파 선생의 이같은 어린이 사랑이 아니더라도 어린이는 나라와 민족의 장래를 새롭게 이끌어 나갈 귀한 존재인 만큼 이들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요즘 어린이들은 그렇게 보호받지는 못하고 있는 듯 싶다.

▲자동차가 크게 증가하면서 등하교시 어린이 교통사고가 많이 발생하자 1995년 안전한 통학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스쿨존(School Zone)’제도가 생겨나게 됐다. 스쿨존은 어린이보호구역으로 초등학교 및 유치원 정문에서 반경 300m 이내의 주통학로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교통안전 시설물과 도로부속물을 설치해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는 제도다.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면 도로에는 불법 주 ·정차가 금지되고 안전표시판을 설치해야 하며 운행속도를 30㎞ 이내로 제한할 수 있어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는 많은 도움을 주는 제도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이 스쿨존이 행정의 관심부족과 운전자의 낮은 인식으로 인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주지방경찰청이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스쿨존에 대한 실태를 조사한 결과 스쿨존에 시설된 안전표지, 노면표시가 지워지고 과속방지턱, 규제봉이 파손되거나 설치가 되지 않은 곳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고 이 기간동안 불법 주 ·정차, 과속 등으로 적발된 건수가 85건이라고 하니 이쯤되면 스쿨존 지정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닌가 싶다.

소파 선생은 유언을 통해서도 “이 나라 어린이를 위하여 좀더 힘쓰지 못하고 가니 미안하다”는 말을 남겼다. 어린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스쿨존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규정도 못지키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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