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시대에 웬 관료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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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회장 / 시인
관료주의(官僚主義: bureaucracy)의 사전적 의미는, ‘관료사회에 만연해 있는 독선적, 형식적, 획일적, 억압적, 비민주적인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을 뜻한다. 관료주의에 젖은 관료들은 그 속성상 창의성 있는 개인을 용납하지 않으며, 한 걸음 나아가서는 민의를 무시하고, 자신의 독선적인 자의로 민의의 신장을 저해하면서도 스스로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는 경향을 띤다’라고 했다.

이런 잣대로 작금의 제주도의 행태를 진단해 보자. 바로 제주도를 두고 하는 말 같지 않은가? 제주도는 지금 영락없이 관료주의의 중증(重症)에 빠져 있는 모양새다.

특히 ‘2012 탐라대전’의 경우 더욱 그렇다.

50년 동안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지역 문화예술을 집대성한 제주의 대표적 민속축제 ‘탐라문화제’를 하루아침에 초토화 시키고, 그 자리에 아직 역사적 고증도 확실하지 않은 ‘해상강국 탐라의 부활’이라는 허황된 콘셉트로 도민들을 현혹시키면서, ‘2012 탐라대전’으로 갈아치우려 했던 발상이야말로 관료주의적 한 전형이 아니고 무엇인가?

그 결과 어떠했는가? 기획 미숙에 천재지변까지 겹쳐 ‘반쪽짜리 축제’, ‘1회성 실패한 축제’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제주도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터인데, 책임져야 할 도백은 ‘탐라문화와 세계자연보전총회, 유네스코 3관왕, 세계 7대 자연경관 등의 시너지효과를 거두려고 했다’는 본심을 토로한 바 있다. 도백의 본심에 묻어나는 독선적 결단이 30억 원이라는 엄청난 주민 혈세만 날려버린 재앙(도의회 감사결과)을 불러온 것이다. 1회성 해프닝치고는 치른 대가가 너무나 컸다.

‘탐라문화제, 대표축제 육성방안 모색/ 오늘 제 52회 탐라문화제 TF팀 1차 회의/ 예총 등 13명…일부 축제 연계 개최키로’-한라일보(1월 16일자)

얼핏 보면, 코너에 몰린‘탐라문화제’를 기사회생시키겠다는 전향적인 발표인 것 같은데, 속을 드려다 보니 그게 아니었다. TF팀을 도청에 두겠다는 것이 아닌가. 민간단체의 독자성을 부정하고, 주권을 박탈하겠다는 것이다. 향토 문화 예술인들의 창의성을 말살하고 축제를 관(官)이 주도하겠다는 관료주의적 망령이 또 고개를 든 것에 불과했다. 지역 문화예술단체가 개발하고 50년 동안 지켜온 주관단체의 충정을 백지화하겠다는 것이다. 지역 문화예술단체를 지원하고 육성해야 할 책임이 엄연히 제주도에 있는데도, 독자적인 주관단체를 무시하고, TF팀의 1개 요원으로 차출해가겠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주관단체를 무시하고 행사만 빼앗아가겠다는 얌체짓은 야바위꾼들이나 할 짓이지, 매사에 공평해야 할 제주도가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기존의 ‘탐라문화제’에 대한 공격 포인트는 한마디로 ‘주제프로그램 빈곤으로 도민과 관광객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평가가 있었다면 제주도가 주관단체에 그에 대한 공개 시정명령이라도 한 번 내린 바 있었는가? 주관단체로 하여금 바로잡을 기회라도 주어서, 그에 상응하는 지원의 강도를 높여준 바 있었는가? 무턱대고 자고 일어나서 영문도 모르게 먹던 밥숟가락을 내려놓으라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일 아닌가?

차라리 ‘2012 탐라대전’에 낭비한 30억원을 ‘탐라문화제’와 지역문화예술 단체들에 지원해 주었다면 제주도의 문화예술 지형은 크게 바뀌었을 것이다.

2010년 우근민 제주도지사의 선거공약에 보면, 팔 길이 원칙(arm's length principle)을 지키겠다는 약속이 나온다. 문화예술정책에서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겠다’던 선진국 형 그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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