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작은 도움도 받아들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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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혜/자녀교육강사

설날 연휴가 막 지났다. 이제는 모두 일상으로 돌아가 주어진 사명을 다하는 일로 이 한 해도 보람있게 보내야 할 일만 남았다. 그런데 이렇게 명절 연휴가 끝나면 가정마다 없었던 불화가 생기고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가 있어서 실소를 금치 못한다. 일 년이면 적어도 두 번은 민족의 대명절을 치러내야 하는 주부들의 애환이야 모를 리 없지만 조금 더 지혜롭게 보내는 방법은 없을지 생각해보자.

 

# 나눠서 하면 가볍다

 

지금 대학생이 된 필자의 딸은 초등 고학년이 되자 큰며느리인 엄마를 도와 명절 음식을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물론 재미로 하다가 엄마가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는 적극적으로 같이 하게 됐다. 어느 날 시댁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딸아이가 앞장서서 이야기 했다.

“지금부터는 남자들도 같이 하기로 해요. 아빠는 무엇 무엇을 하고, 동생은 이것 저것을 하기로 하는 건 어때요?”

그 후로 우리집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명절음식을 함께 만들게 됐다. 제사 때도 마찬가지인데 딸과 아들이 번갈아 설거지를 돕는다. 엄마 혼자 제사 음식을 만들고 설거지를 하는 게 걱정되었는지 옆에 와서 씻어놓은 그릇들을 헹구어 주는 것이다. 꼭 자녀들이 도와주어서라기보다는 힘든 엄마 입장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무척 행복한 기억이다.

 

아이들이 어려서 명절 음식 만들기에 관심을 보이면 어머니들은 “안도와줘도 되니까 저기 가서 놀기나 해라.”라고 말하기 쉽다. 물론 어릴 때는 도움이 되기는 커녕 방해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를 통해서 우리 집안에서 만드는 특별한 음식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되고 할머니, 숙모 등 집안 어른들과 허물없이 친해지는 계기가 된다.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부터 시작하자.

 

아들도 가정일에 동참하도록 지도

 

이번 설에도 남편은 돼지고기, 소고기로 적을 만들었다. 딸과 아들이 나누어서 그 적을 구워내고 생선전, 부두 부침, 기름떡 등을 맡았다. 주역이어야 하는 엄마는 전체적인 흐름을 담당하고 잔심부름, 설거지를 하면 힘든 명절 음식 만드는 것이 끝난다. 만드는 과정 자체가 즐거운 축제가 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러면 시댁 어른들의 걱정 때문에 안된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집안에서나 아들 딸 모두 귀한 시대이다. 내 아들이 귀한 것처럼 남의 딸도 귀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이다.

하나씩 가정 문화를 바꾸는 것도 용기라고 생각한다. 도와주는 ‘아들’이 가정 일을 몰라라 하지 않는 ‘남편’이 된다고 생각하면 부모 먼저 주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이다.

 

더불어 ‘마지못해 하는 엄마’가 아니고 ‘기꺼이 즐기는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미래의 며느리가 명절이 되어 우리집에 올 때 갖는 마음이 된다고 생각하면 시댁에 어떤 마음으로 가야할지 답이 될 것이다. 연휴 끝내고 맞는 이번 휴일엔 먼저 남편에게 이렇게 말하는 건 어떨까?
“그동안 고생했으니 푹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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