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진보 색깔
오바마의 진보 색깔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김관후. 시인 / 소설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진보색이 뚜렷해졌다. 그는 워싱턴 의회의사당 ‘캐피틀 힐’ 취임식에서 사회 각 부문의 평등을 확대하는 내용의 진보적 의제들을 천명했다. 우선 빈부격차의 확대가 끼칠 부정적 영향을 지적했다. 미국의 첫 흑인 대통령으로 새로운 역사를 열었던 그가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특히 오바마는 1848년 여성 권리 획득을 위한 최초 회의 개최지 세니커폴스(Seneca Falls), 1965년 인권운동인 몽고메리행진 개최지 셀마(Selma), 1969년 동성애 인권운동 중심지 스톤 월(Stonewall) 등 미국 민권운동사에 획을 그은 사건들의 발생지를 취임연설에서 언급하면서 소수자 인권을 개선할 뜻을 밝혀 주목을 받았다.

“선조들이 세니커폴스와 셀마, 스톤월을 통해 우리를 인도했던 것처럼,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됐다는 가장 자명한 진리와 우리를 여전히 인도하는 별이라는 점을 선언합니다.”

그렇다면 세니커폴스와 셀마, 스톤월은 대체 어떤 곳일까? 미국에서 여성 참정권을 규정한 연방수정헌법이 통과된 것은 1920년. 뉴욕주 세니커폴스에서 세계 최초의 여권집회가 열린 지 72년 만이다. 그 후 프랑스에서 여성이 선거권을 얻게 된 것은 1944년. 영국에서도 민주주의는 오랜 기간 ‘남성들의 잔치’였다. 1903년 여성사회정치연합(WSPU)을 결성한 영국 여성들의 참정권운동은 과격했다. 세계대전이 터지자 여성들은 ‘전시노동’에 동원됐고 그 보상으로 가까스로 참정권을 부여받았다. 이처럼 여성 권리 획득을 위한 최초의 회의 개최지가 주목을 받으며 다른 나라를 자극시켰다.

셀마는 흑인 투표인등록 운동의 중심지였다. 마틴 루터 킹 2세가 주도해 몽고메리에서 대규모 비폭력 항의시위로까지 치달았다. 1965년 3월 7일, 흑인 인권 운동가들과 지지자들이 몽고메리를 향해서 셀마를 출발했다. 에드문드 페투스 다리를 건너자 백인 경찰 대원들과 보안관들이 곤봉과 티어개스, 소몰이 막대로 이들의 행진을 막았다. 그 당시 저지당한 600여 명의 처참하게 피 흘리는 사진들이 전 세계에 보도되었다. 그들의 희생과 끈질긴 투쟁은 전국에, 세계에 알려졌고, 결국은 존슨대통령이 흑인과 소수민족의 선거권을 보장하는 투표권 법령을 통과시키도록 했다.

1969년 6월 27일 뉴욕의 대표적인 동성애자 밀집지역 중의 하나인 그리니치 빌리지에 자리잡은 ‘스톤월 인(The Stonewall Inn)’은 경찰과 결탁한 마피아에 의해 운영되고 있었다. 당시 뉴욕에서는 게이 바를 운영하는 것이 불법이었기 때문에 모든 게이 바들은 경찰에 정기적인 상납을 해야 했다. 경찰은 상납이 시원찮을 경우에는 게이 바를 급습하는 악습이 반복되던 시기였다. 스톤월 저항사건은 현대 동성애 해방운동의 시작이 되었고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주요도시의 동성애자들은 6월의 마지막 주를 ‘긍지의 주(Pride Weekend)’로 기념하고 있다.

이처럼 오바마는 취임연설에서 소수자 인권을 개선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여성들의 평등 임금과 동성애자들의 평등한 결혼 권리, 소수인종들의 평등한 투표권 행사, 어린이의 안전 등을 해결해야 할 ‘우리 시대의 임무’라고 언급했다. 동성애자 권리를 취임사에서 언급한 대통령은 오바마가 처음이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는 이번 연설에서 미국의 기원과 현재 당면한 현안들을 직접 연결시키면서 미국의 미래에 대한 담담한 진보적 청사진을 제시했다”고 평했다. 한국에서도 박근혜 당선자의 취임식이 가까워오고 있다. 그의 취임사에서는 소수자 인권을 위하여 과연 어떤 내용들이 언급될까? 동학농민운동과 3·1운동, 그리고 제주4·3민중항쟁과 4·19혁명을 취임연설에서 거론한다면 어떨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