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동명의 제목으로 낸 창작집은 제주에서 4·3으로 시아버지와 남편이 죽고 어린 아들을 시어머니에게 맡겨서 일본으로 피신 해온 70대 할머니. 이쿠노에서 식품가게를 차리고 생활하고 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파란만장한 할머니의 일생을 그리고 있다.
이쿠노(生野)는 60만 재일교포 가운데 가장 많은 18만명이 산다는 오사카(大阪)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
작가도 이쿠노에서 제주출신 재일동포들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고 있다.
▲재일작가로 잘 알려진 김석범, 양석일, 이양지 등과는 달리 김길호는 경력이 특이하다. 제주에서 삼양교와 제일중, 제주상고를 졸업하고 군대를 다녀온 뒤 24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밀항해 재일교포 작가의 반열에 오른 케이스다.
작가는 동포사회에서 체험한 일상적인 신변사를 소재로 소설을 쓰고 있는데 그에게는 또 하나 ‘이중언어’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한국문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한글 창작을 지금도 고집한다고 한다. 문학평론가 김영화씨는 “김씨의 소설은 재일 2세 작가인 양석일, 이양지 등과 달리 본국에서 성장한 자기 시각과 실감으로 재일교포들의 삶을 매우 친근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고 평하기도 했다.
▲제주대가 최근 재일본 제주인의 이민, 개척사를 재정립하고 교포 2, 3세들에게 언어와 문화를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재일본 제주인센터’ 건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시시설과 박물관 등을 건립하고 2, 3세들을 위한 체류형 언어·문화시설을 갖춰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이번에 나온 창작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고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비록 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제주대의 ‘재일본 제주인센터’ 건립 등 재일 한국인들에 대한 관심을 쏟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쉬운 때다.
이것이 우리가 ‘이쿠노 아리랑’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동안 재일 제주인들에게 지원을 요구하면서도 그들을 위해 진정으로 펼쳐던 일들이 과연 무엇이었던가 하는 반성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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