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공포, 적극적으로 대처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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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복. 중소기업진흥공단 제주지역본부장
2012년 하반기부터 지속되던 원화 강세가 최근까지 이어지면서, 외환위기 이후 잠잠하던 환율에 대한 두려움이 재현되기 시작했다. 다행히 중앙정부가 우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적극적인 대책을 모색하면서 소강상태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환율과 같은 외부 환경의 변화에 즉각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경우가 많아 근심이 더해지고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달러당 평균 1,102원이라고 한다. 이를 매매기준율로만 살펴보면 작년 10월 24일부터 현재까지 백일이 넘는 기간 동안 수출 중소기업들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살아남기 위해 손해보면서 파는 일을 계속하는 웃지 못할 현실이다.

일본의 아베 정부는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상승을 계속하던 엔화를 의도적으로 약화시키고 있다. ‘환율전쟁’의 시초로 받아들여지는 이러한 정책에 대해 각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일본정부는 2월 러시아에서 열리는 G20회의를 의식해 한발 뺀 모습이지만, 회의 이후엔 관련 정책을 지속시킬 확률이 높다. 또한 미국도 ‘재정절벽’ 사태가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2월말 이후엔 양적팽창을 다시 시도할 공산이 커 보인다.

경제대국인 미국, 일본 여기에 유럽연합의 경제위기 처방까지 더해지는 형국에서 원화는 강세를 지속할 확률이 높아보인다. 외부 요인들이 상황을 끌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 정부는 이러한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해 환율시장에 대한 경고 수위를 높였고, 관련 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았다.

중소기업청에서는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집행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의 융자대상에 ‘환율 변동에 따른 피해기업’을 추가하는 조치를 취했다. 중소기업의 환율리스크가 큰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안정자금-이차보전 사업의 우선지원 대상으로 수출중소기업을 지정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자금 차입 시 이자부담을 최대한 덜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강구해 자금운영에 숨통을 틔울 수 있도록 했다. 수출금융지원자금을 쓰는 중소기업에게는 대출기간을 탄력적으로 운용해 회전율을 최대 2.5배까지 확대할 수 있게 하고, 환율 피해기업들은 원금상환 유예를 신청하거나 추가 유예도 요청할 수 있다.

이밖에 중소기업 유관기관들의 대책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무역협회에서는 환변동보험 보험료를 지원하고, 환리스크 관리 전국순회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무역보험공사 같은 경우 환변동보험 지원 폭을 늘리고, 보험료 일부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수출입은행과 신용·기술보증기금도 수출중소기업의 유동성 공급에 일조한다는 입장이다.

북한 정권의 핵실험은 불안요소를 강화시키고 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오리무중의 상황이 한동안은 지속될 것이다. UN과 국제사회에서는 BDA식 제재가 논의되고 있고, 이를 강하게 반발하는 북한은 추가 도발을 예고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파워게임으로 정세는 급격하게 얼어붙었고, 경제난국에 겹친 ‘북한리스크’는 우리 경제에 최악의 시나리오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과 환율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이 부담해야 하는 짐이 켜켜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중소기업은 선택할 수단이 많지 않다. 일반적 상황이라면 장기적으로는 결국 환율 손익이 제로가 되는 자연적인 헤지를 기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외부 변동성이 큰 상황이라면 면밀히 검토하고 대책을 세워야만 할 것이다. ‘키코(KIKO)의 악몽’이 남아있는 중소기업에게 현재와 같은 상황은 불안하기만 하다. 이런 때일수록 관련 정책과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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