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맛집을 찾아 - 향토집 '생오리 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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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통하게 살 오른 오리가 한 상 푸짐

자리에 앉으면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 중에서 어린 게와 콩을 함께 조린 접시가 눈에 띈다. 제주사람이면 어린 시절 허기를 채우던 이 게조림을 두고 허기진 세월을 잠시 떠올릴 것이다.

그리고 과거 제주를 휩쓸고 간 질풍노도의 세월을 한숨에 날려 보낼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무자비하다, 잔인무도하다’는 빈약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4.3의 상처를 소개한 현기영이 생각난다. 그의 자전적인 소설인 ‘지상의 숟가락 하나’에서 그는 ‘똥깅이’란 별명으로 불리는데 ‘깅이’는 바로 똥깅이가 어린시절 내와 바다가 만나는 한천의 다끄네에서 잡던 게의 제주말이다.

이 집의 주 메뉴는 생오리구이다. 3만원짜리 한 마리면 4명이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오리고기의 기름기는 불포화지방산이기에 비만, 동맥경화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실 우리가 요즘 즐기는 고등어회는 봄에 들어가면 포화지방산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아 비만인 사람은 삼가야 하는 음식이다.

뼈를 발라낸 살을 구워먹고 나면 뼈를 우린 국물이 나온다. 인삼으로 오리의 냄새를 제거하고 참기름과 무를 넣어 고소하고 시원한 국물에 메밀국수를 끓여 먹으면 겨울 으으스한 기운을 떨쳐낼 수 있다.

이 집의 자매집인 ‘이도훈제고을’에서는 제주감귤나무로 훈제한 오리고기를 제주현무암에 구워 먹을 수 있다. 주인 아저씨가 고안한 이 현무암 돌판에 고기를 구으면 감귤 향기가 폴폴 피어난다. 감귤 향기를 고기에 담아내는 지혜를 들여다보며, 감귤 향기를 우리 육신에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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