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돌아온 탕자(蕩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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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어느 소읍에서 그는 태어나고 자랐다. 어려서부터 심성이 착한데다 부모에게 순종하고 공부도 곧 잘하고 운동도 못하는 것이 없어 초·중학교 시절에는 축구선수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한 그의 아버지는 실패를 거듭하자 재산을 거의 다 날리고 쌓인 스트레스를 술로 해결했다. 급기야 그를 깍듯이 내조했던 그의 어머니는 견디다 못해 남편과 헤어진다. 그가 중2 때였다. 한국문학전집을 통독하고 러시아문학에 심취하여 밤을 새우던 어느 눈 내리는 겨울 깊은 밤, 다정다감하고 박식하여 그가 존경하고 사랑했던 그의 아버지는 소리 없이 홀연히 집을 떠났다. 생계가 막연했던 그의 어머니는 조그만 찻집을 경영하며 지내다가 자주 가게에 들르는 홀아비와 사귀게 되어 결혼에 이르게 된다. 꿈 많고 감수성 예민했던 사춘기의 소년은 밤마다 아빠를 그리며 울고 공부나 운동을 모두 접고 정신적 혼란과 방황에 빠져들었다. 고2때의 여름방학 그는 동네선배의 권유로 대마초를 시작하게 되었고 학교도 중퇴, 선배들과 어울리며 불량배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의 어머니는 아들에게 마약을 끊도록 눈물로 호소했고, 아들도 울면서 약속했지만 매번 그 약속은 오래가지 않았다.

20대 초반, 어느 날 그는 마약을 한 상태에서 선배와 차를 몰다가 전봇대를 들이받고는 한쪽 다리에 중상을 입고 대수술 끝에 다리를 절게 되었다. 육체적으로도 상처받은 그는 통곡하는 엄마를 뿌리치고 고향 떠나 수년간 서울에서 생활하다가 마약문제로 두 번이나 교도소를 다녀오게 되었다.

두 번째 수감 중인 어느 일요일, 그는 목사에게 그가 그동안 살아온 과정을 얘기하자 목사는 그에게 돌아온 탕자얘기를 해주며 성경을 건넸다. 그는 매일 밤 눈물을 글썽이며 성경을 통독했고 자신의 온갖 행패를 참고 사랑으로 대해주었던 어머니가 그리워 베갯잇을 적시다 잠이 들곤 했다.

출감 후 그는 마약은 물론 술 한 모금 입에 대지 않고 떡 공장에서 기술자로 재기에 성공했다. 어머니를 찾을 길 없는 그는 방송국 프로듀서에게 사연을 적어 보냈다. 방송국에서 찾아낸 그의 50대 모친은 젊을 때 고왔을 모습이 슬픔이 가득한 얼굴 되어 시종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지난 얘기를 풀어나갔다. 그리고는 마약만 끊고 살아있다면 아들이 아무 일 하지 않아도 뒷바라지하면서 교회에서 봉사하며 살겠다했다. 방송국 에서 아들은 영상을 통해 그 모습 접하고 흐느끼며 주먹으로 눈물을 계속 훔쳤다. 잠시 후 상면하여 통곡하는 엄마를 부둥켜안고 아들이 울먹이며 말했다. “어머니!! 못나게 살아온 저를 용서해 주세요.” 모친이 답했다. “됐다!! 아들아! 이제 앞으로 그러지 않고 잘 살면 되지 않겠니.”… 성경 누가복음15장에 이른다. “어떤 사람이 두 아들이 있는데 그 둘째가 아비에게 말하되, 아버지여 재산 중에서 내게 돌아올 분깃을 내게 주소서 하는지라 아비가 그 살림을 각각 나눠 주었더니 둘째 아들이 재물을 다 모아가지고 먼 나라에가 거기서 허랑방탕하여 그 재산을 다 허비하고는 죽을 고생을 하고 돌아오자 그 아버지는 종들에게 이르되 ‘제일 좋은 옷을 내어다가 입히고 손에 가락지를 끼우고 발에 신을 신기라. 그리고 살진 송아지를 끌어다가 잡으라. 우리가 먹고 즐기자. 이 내 아들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으며 내가 잃었다가 다시 얻었노라.’ 하니 저희가 즐거워하더라… 이에 큰 아들이 말하길 아버지의 살림을 창기와 함께 먹어버린 아들이 돌아오매 이를 위해 살진 송아지를 잡으셨나이다. 아버지가 이르되,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으니 내 것이 다 네 것이로되 네 동생은 죽었다가 살았으며 내가 잃었다가 얻었기로 우리가 즐거워하고 기뻐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니라.”

이 땅에서 산다는 것은 천사들 사이에서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를 우리의 삶 안에서 더 확실히 체험하게 된다. 때문에 용서와 포용은 우리의 양식이고 그에 따른 성령의 은혜가 우리를 영적으로 더욱 성숙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서봉성 제주산업정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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