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한 노당익장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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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길주. 수필가
동네 공공 체육시설에서 여름에는 수영을, 겨울에는 기구운동(헬스)을 즐긴다. 국민체육센터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장아장 걸음마 배우는 꼬맹이에서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까지 모여든다. 성과 세대를 망라해서 남녀노소가 밤낮없이 모여드는 곳이 이곳 말고 또 어디 있을까 싶다. 때론 시장의 북새통을 방불케 한다. 그러니 여름철의 수영장은 가히 물 반, 사람 반이랄 정도다. 나이든 초보자라면 부딪는 맨살이 두렵고, 쪼그라든 자신의 몸매가 부끄러울 수밖에. 그래도 하루 이틀 다니다보면 쉬 적응이 된다. 사람이 많으니 살 부딪는 건 당연하고, 탄력 잃은 나잇살도 세월이 새겨준 훈장이려니 생각하면 그만이다.

젊은이들이 청년(靑年)이라면 흰머리 휘날리는 어른들은 노당익장(老當益壯)의 ‘백년(白年)’이라 불러야 어울리지 않겠는가. 기죽어 웅크리는 게 오히려 꼴불견일 수 있음이다.

헬스장도 사람이 붐비긴 피장파장이다. 팔 다리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기구에 매달리다가 온몸운동 기구와 씨름하고 나면 걷기 운동을 한다. 보통 한 시간 가량 뛰거나 걷는 바람에 한참을 기다린다. 기다리는 동안 우람한 근육질의 젊은이들의 운동모습을 눈요기 하다보면 내 근육도 팽팽하게 긴장된다. 아이쇼핑을 즐기듯 짜릿한 청춘의 기운을 맛봄이다.

운동을 마치고 샤워장에서 몸을 씻는 것도 치열하다. 샤워기가 모자라서 요령껏 땀을 씻어야 할 정도다. 방학시즌에는 학생들이 가세하니 모든 시설이 초만원이 되고.

이런 시설에서 운동을 하고 싶어도 세대차를 의식하여 주저하거나, 있는 줄도 모르고 그냥 저냥 지내는 어른들이 많다. 하긴 체면 차리며 품위 있게 운동할 여건은 아니다. 건강이란 보물을 주워 담는 기분으로 운동에 임해야 한다고나 할까. 그러니 부딪치고 채이고 밀리는 걸 즐겁게 받아넘길 수 있어야 한다.

산책로나 올레길, 공원이나 동네 빈 터에 운동기구들이 설치되어 있다. 오가는 길에 간간이 이용하긴 하지만 전문 지도자가 배치된 조직적인 체육시설에서 계획적으로 운동을 해야 건강관리에 효과적이란다. 그러니 지방자치단체나 국가 차원에서 의료복지보다 우선해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과제란 생각이 든다.

60대 이상 노인들의 스포츠 선호도는 걷기·맨손체조·등산 등의 순이며, 운동 장소로는 정원이나 골목·인근 공터·산과 들의 순으로 나타났다는 통계자료를 본적이 있다. 조직화 된 체육시설 밖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이다. 노인들의 스포츠 활동을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간주하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부족하다는 방증이다.

또 다른 스포츠 관련 기관에서는 ‘스포츠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노인이 그렇지 않은 노인에 비하여 병·의원 방문 횟수나 의료비 지출이 절반이하의 수준이라는 조사결과(대한어르신체육회, 2005)’를 내놓았다. 경제적으로 수지타산을 어림해 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로, 의료비 절감액이 체육시설 지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노후의 건강 문제는 이제 노인 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요, 젊은 가장의 아버지·어머니의 문제다. 또한 젊은이나 아이들이라고 해서 지금의 세대에만 머물다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노후는 싫든 좋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의 한 과정이다. 그러니 어느 한 세대를 위한 특별한 배려가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다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나이 든 어른들이 당당한 노당익장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동네방네에 다목적 체육시설을 과감히 확충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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