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제58주기 위령제 이모저모, 1만명 유족·도민 운집 4·3평화공원 감동과 회환
공식사과에 이어 무고하게 희생된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4·3평화공원을 찾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며 지난 58년 동안의 응어리를 날려보냈다.
국가원수의 사과와 참배 등 희생자 명예회복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지만 ‘그날’을 차마 잊을 수 없는 유족들의 눈시울은 금새 젖어들었고, 위령제가 봉행되는 동안 참석자들은 참혹한 역사의 아픔을 확실하게 매듭짓고 해원과 상생·평화로 내달릴 수 있는 새로운 역사의 장이 되기를 두 손 모아 기원했다.
○…이날 위령제가 열린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에는 이른 시각부터 유족과 도민들이 찾아 억울하게 가신 영령들의 넋을 달랬다.
특히 유족들은 위패 봉안실을 찾아 가족의 이름을 직접 확인하고, 직접 마련해온 제사 음식을 차려놓고 제례를 올리기도 했다.
안호순씨(북제주군 애월읍·68)씨는 “국가원수가 직접 찾아 사과하고 고개 숙여 영령들을 위로하는데 반세기가 넘게 걸렸지만 무척 감격스럽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서로 화해하고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승국 ㈔제주4·3연구소 사무처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한 위령제가 처음으로 전국에 방송됨으로써 제주지역의 역사로만 국한됐던 제주4·3사건이 한국의 역사임을 공식화하고 대중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도 이날 일제히 추모 행렬에 동참했다.
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은 이날 오전 최고위원 회의에서 “제주도민은 50여 년간 가위눌려 살다가 민주 정부가 들어서며 비극의 역사로부터 해방됐다”면서 “다시는 비극이 없는 역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주도당도 성명을 통해 4·3평화재단의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한나라당 제주도당은 “제주4·3사건이 법적·제도적으로 해결돼 희생자를 위령하고 도민화합을 통해 제주도가 ‘세계 평화의 섬’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문성현 대표도 “제주4·3사건의 유족과 제주도민들의 노력과 뜻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조치들을 정치권에서 만들어야 한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4·3특별법 개정안 처리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제주도당은 4·3해원과 상생을 위해 제주도정과 도민이 함께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열린우리당 강창일·김우남·김재윤 국회의원도 노 대통령의 4·3위령제 참배와 관련 환영 논평을 내고 “국가공권력에 의해 저질러진 과거의 잘못은 사실 그대로 밝혀야 된다는 대통령의 진상 규명 의지에 찬사를 보낸다”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한나라당 현명관, 무소속 김호성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도 이날 위령제가 열리는 평화공원을 찾아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과 4·3특별법 개정을 촉구했다.
○…제주4·3사건 희생자 유족을 대표해 노 대통령의 위령제 참석을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두연 유족회장은 경과보고에서 “58년 동안의 긴 터널을 지나 이제야 밝은 햇살을 맞는 느낌”이라며 “국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 고맙습니다”라고 외치며 그동안의 응어리진 가슴의 한을 털어냈다.
김 회장은 위령제가 끝난 후 밤낮없이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며 격려했지만, 국가원수가 참배한 것에 대한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말 대신 붉게 상기된 얼굴과 굳게 잡은 손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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