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전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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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형. 백록초등학교 교장
모 방송의 ‘삼촌 어디감수과’라는 프로그램을 즐겨본다. 인정이 넘치는 제주 사람들이 등장하여 평범한 일상생활이나 특산물, 아름다운 자연, 시장 풍경 등 다양한 제주의 얼굴을 보여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향토색 짙은 구수한 제주 사투리가 청각을 즐겁게 하여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어를 보전하는데 방송의 힘은 참으로 크다.

우리 학교에서도 일주일에 하루는 아침방송을 통해 제주어를 들려주기도 하고, 영상을 내보내기도 한다. 그런데 10분 방송으로 제주어를 가르치겠다는 건 지나친 욕심인 듯하다. 핵가족의 확산으로 3세대 가정이 줄어들다보니 자연스럽게 제주어를 접할 기회가 없고, 수업시간에 제주어로 수업을 하는 것도 거이 기대할 수 없는 일이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생활용어로 쓰지 않는다면 제주어의 활성화는 공염불에만 그칠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의 베스트셀러 ‘아웃라이어’에 ‘1만 시간의 법칙’에 대한 글이 들어 있다. 천재가 아니더라도 1만 시간의 꾸준한 노력이 있다면 탁월한 경지에 이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렇다면 제주어 배우기에도 1만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결론이고 영어를 가르치듯이 제주어를 가르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대책이 안 선다.

학교에서 제주어와 관련한 행사 중에 제주어 말하기 대회와 제주어 노래 부르기, 제주어 시낭송 대회가 있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표준어로 원고를 써놓고, 제주어로 바꾸는 작업을 하게 된다. 그런데 알맞은 제주어를 찾기가 참 난감하다. 제주어에 익숙한 나도 시 한편을 번역하려면 제주어사전을 펼쳐놓고 두세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제주어말하기 대회 원고라면 1주일은 고쳐야 제대로운 원고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학생들에게 제주어말하기를 가르치는 일도 어렵지만 제주어 교재를 만들거나 대본을 만드는 일이 더 어려워 교사들이 접근을 막아버리고 있다면 지나친 엄살일까?

제주도청에서 발간한 ‘제주어사전’은 제주어를 표준어로 설명하거나 같은 뜻을 가진 제주어를 나열하는 형식으로 제주어를 알기쉽게 설명한 좋은 사전인 것은 틀림없는 일이지만 제주어 원고를 만들 때면 거의 무용지물에 가깝다.

낱말 하나를 찾으려고 사전을 모두 검색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사전을 걷다가 제풀에 지쳐버린다. 그래서 표준어와 같은 뜻을 가진 제주어를 제시한 사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런 사전이 있다면 제주어로 자료를 만들거나 대회용 원고를 만들기가 휠씬 쉬워질 것이다.

사전을 만든다는 건 막대한 예산이 필요한 일이다. 사전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인건비에서부터 출판비까지 수억원이 소요될 듯하다.

판매로 출판경비를 회수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기에 천성 제주도청이 그 일에 나설 수밖에 없다. 훌륭한 국어학자들(제주어를 연구하는)이 많으니 출판 계획만 세우면 원고를 만들어내는 일은 가능할 것이다.

제주어가 중요하다고, 유내스코가 사라질 언어로 제주어를 선정했다고 호들갑을 떨거나 불안해 할 게 아니라 제주어를 살리고 전승할 수 있는 방안으로 표준어에 따른 제주어 사전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 본다.

표준어-제주어사전이 출판된다면 제주어의 확산이나 교육자료의 제작에 그 효용 가치가 클 것이다. 빠른 시일 내에 표준어-제주어 사전이 출판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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