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명을 관광자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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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편집 주간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의 전문이다. 이렇게 이름을 부른다는 행위는 대상에게 특별한 의미를 부여함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의 존재의 가치를 부여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름을 붙이는 것을 명명(命名)이라고 하는 바, 사람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 이름을 지어주는 것은 매우 중요한 통과의례의 하나가 될 것이다.

이름과 관련하여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아쉬운 생각이 드는 일이 있다. 최근에 새로운 도로가 개통되면서 제주의 우회도로 사정이 많이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 도로는 ‘애조로’라고 명명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제주의 도로 이름들은 행정 편의주의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남조로는 서귀포시 남원-제주시 조천을 연결하는 도로, ‘애조로’는 애월-조천간, ‘아봉로’는 아라-봉개간, ‘연삼로’는 연동-삼양검문소간을 연결하는 도로라고 붙인 이름들이라니, 참 편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참 무성의하게 지어졌다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이나 사물은 한 번 이름이 붙여지면 그것을 바꾸는 데에는 엄청난 돈과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동부, 서부산업도로가 개통 되고나서 그 이름을 ‘평화로’, ‘번영로’로 바꿨고, 표지판을 비롯한 수많은 지도에도 그렇게 바꾸는 데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서부산업도로, 동부산업도로라고 부르고 있다. 5.16도로만 해도 그렇다. 군사문화의 잔재니 어쩌니 해서 도로 이름을 바꾸자는 주장도 강하게 제기되었고, 그 이름을 바꾸기 위한 시도도 다양했지만 아직도 도로 이름은 ‘5.16도로’로 남아 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도로명 주소를 만들고 그것을 사용하라고 해도 바뀌지 않아, 2014년 법적으로 강제한다 하니, 한번 이름을 정하고 나면 바꾸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도로 이름을 짓는 도정과 도로 관리청에 제안하고자 한다. 우리 제주도가 관광지임을 감안할 때, 관광객들에게 여유와 상상력을 제공할 수 있고, 우리 제주의 아름다움을 전해줄 수 있는 도로명을 짓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배비장전’을 모티브로 하여 ‘애랑이길’이라든가, 오 만원권에 모델로 넣기 위해 그렇게 애를 썼던 김만덕의 이름을 넣은 ‘만덕선행로’라든가, 우리 제주에 선정을 베푼 이약동 목사의 이름을 딴다든지, 그 길 나름의 특색을 반영한 시적이고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는 이름은 조금만 신경 쓰면 무척 다양하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신화나 역사가 풍부하고 다양하기로 이름난 곳이 아닌가. 이들을 활용한 도로명을 부여한다면 그 지역만의 특색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지역에 따른 스토리텔링의 기능도 자연히 지니게 될 것이니 일거양득의 사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산방산으로 향하는 길은 ‘산방덕이길’, 신화역사공원을 향하는 길은 ‘신들의 고향길’ 등으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이름을 우리 제주의 관광자원과 더불어 그 의미를 심화시킬 수 있는 자원으로 활용한다면, 신화와 역사와 문화와 인물들의 이름과 사연을 담은 도로 이름과 함께 관광지로서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여행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자연과 풍부한 상상력이 만나는 문화관광지로서 더욱 그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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