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 삼청동 호떡 vs 명동 사오정 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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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현지의 문화가 느껴지는 특색 있는 길거리 음식에 매료된다. 뉴욕 대표 길거리 음식인 핫도그(hot dog), 일본 문어빵인 타코야키(たこやき), 터키 전통 패스트푸드인 케밥(Kebab), 중국 꼬치구이인 샤오카오(??)가 그 예이다. 우리나라에는 떡볶이, 꼬치어묵, 호떡, 붕어빵 등이 대표적이라 하겠다.

서울 종로의 삼청동에 가면 ‘한국 관광 Must Do’ 목록에라도 있는 듯, 사진기를 둘러맨 외국 관광객들이 긴 줄을 서 있는 호떡집의 진풍경을 볼 수 있다. 필자도 15년 전, 거짓말 보태 몇 백 미터가 넘는 기다리는 줄의 비밀이 궁금해 나도 모르게 그 대열에 낀 적이 있었다. 십 여분을 기다리니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어디서 왔느냐’는 등 넉살 좋은 질문을 하며 주문을 받은 주인은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이나 긴 줄은 아랑곳 하지 않고 여유만만이다. 거기다 한술 더 떠, 10개는 동시에 구울 수 있는 커다란 호떡 불판 위에 차례가 온 손님의 주문(꿀호떡인지, 야채호떡인지)을 듣고 주문 개수만큼의 재료를 불판에 올려놓는다. 되레 내가 답답해서 ‘기다리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왜 동시에 여러 개를 같이 안 구우시냐’고 물으니 묘한 웃음만 지으신다. 그것이 그 주인장 나름의 장사 비법이라는 것을 안 것은 그 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다.

그 즈음 서울 명동에도 사오정 피자라는 1000원짜리 길거리 피자가 생겼다. 피자라면 몇 만원하는 비싼 음식으로만 알던 시절, 저렴한 가격대비 알찬 맛으로 명동 중앙거리에 기다리는 사람이 종로호떡 못지않게 긴 줄을 자랑하는 명동의 명물이 되었다. 하지만 사오정피자의 주인은 늘어나는 수요에 맞춰 피자 굽는 기계를 2대에서 10대로 늘려 발 빠르게 대처했다. 하지만 그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른 결과였다. 소비자들은 기다리는 줄 없는 사오정 피자를 외면하였고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호떡집 주인의 지혜는 이제 ‘줄세우기 마케팅’이라는 공식적 마케팅 기법으로 불려지며 대기업도 도입하는 마케팅 기법이 되었다. 일반적인 경제 상식으로는 수요를 충족할 만큼 공급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기다리는 긴 줄이 광고 효과를 가져 온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쉽다. 한 유명한 닭요리 전문 식당은 저녁 9시 영업종료시간에 항상 “닭이 다 떨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로 늦게 온 손님을 돌려보낸다. 이렇게 한번 거절당한 손님은 그 맛이 궁금해 다시 찾게 마련이다.

얼마 전 한 신문에서 ‘제주 중화권 관광객은 급증하였으나 오히려 조수입은 줄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중국의 여러 계층의 관광객을 유치하다 보면 업체간 저가 경쟁이 심화되어 원가이하로 적자손님을 유치하게 되기도 한다. 적자손님은 그 적자를 보전하여 손익을 맞추려는 여행사에 의해 그 만큼 양질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제주에 대해 실망하기 쉽다. 실망한 관광객은 다시는 제주도를 안 찾는다. 그 뿐만이 아니다.P.C와 모바일 인터넷기반의 개인 여론형성기능으로 그 파급효과가 일파만파이다.

제주가 고가라 못 온 관광객이라면 반드시 다음번 형편이 좋아지면 오게 되어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제 기다림의 느긋함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그 가격에 걸 맞는 알찬 서비스를 준비하는 일만 남았다. 여행은 항상 더 새로운 곳을 찾게 마련이다. 해외여행은 한번 온 곳을 다시 올 확률은 극히 적다. 어차피 일생에 한번 올수밖에 없는 제주라면 제주도 관광객 유치를 서둘지 말고 줄을 세우자. 그리고 바람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듯 억지로가 아닌, 태양이 나그네의 외투를 벗기듯 제주도에 흠뻑 젖어 스스로 선택해 소비 할 수 있는 제주다운 상품과 풍경을 준비해 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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