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영화 그리고 제주영화 ‘지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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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준. 前 제주문인협회장 / 희곡작가
몇 년 전 ‘워낭소리’라는 영화가 작품성이 뛰어나다고 해서 세인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지만 영화관들이 며칠 만에 영화를 내려 버렸다. 흥행에 별 재미를 못 봐서다.

제주출신 감독이 4·3을 다룬 독립영화라 해서 ‘지슬’이 제주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지만 과연 서울에서 며칠이나 영화관에 걸릴 지 의문이다.

미국 헐리우드 영화는 대부분 스튜디오 영화사 작품이다.

막대한 제작비와 인력이 투입되고, 전 세계적인 배급망이 있으며, 만드는 작품마다 흥행이 보장되어 있다. 외국영화가 시작되기 전에 흔히 보게 되는 사자가 포효하는 MGM사, 20세기 폭스사, 파라마운트 픽쳐스, 유니버셜픽쳐스, 워너브러더스 등이 메이저급 스튜디오 영화사들이다. 이들은 수많은 소속 감독과 배우는 물론 스토리에널리스트부터 기 천 명에 이르는 스태프 등 시스템과 재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시나리오가 있고 감독의 아이디어가 뛰어나다고 해도 스튜디오 영화사에 선택되지 않으면 영화를 만들 수도 상영할 수도 없었다.

이러한 스튜디오시스템을 거부하며 만든 영화가 독립영화다. 영화동호인들은 자비를 털거나 후원자들로부터 제작비를 도움 받아 짤막한 단편영화들을 만들었다. 감독도 경험이 부족하고 배우도 전문가들이 아니었지만 영화에서 만큼은 진지하다.

독립영화는 메카니즘적 상업영화에서 맛볼 수 없는 짜릿하면서도 깊이 있는 인간의 문제들을 다루어 애호가나 동호인도 많아 졌다. 지금은 독립영화만을 전문으로 상영하는 영화관도 생겼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독립영화제도 수십 개나 된다. 국내에도 서울독립영화제 등 지자체별로 독립영화제를 창설하는 추세다.

독립영화의 특징이라면 치열한 작가의식과 작품성이다. 제주에선 고(故) 김경률 감독이 2005년 ‘끝나지 않은 세월’이란 영화를 만들어 4·3을 정통적으로 다루었다. 영화 ‘지슬’을 만든 오멸 감독도 그 밑에서 영화를 배웠다. 그래서 총지휘에 고(故) 김경률 감독을 넣었고 ‘끝나지 않은 세월’ 후속편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오멸 감독은 2009년 ‘아이고 저 귓 것’을 발표한 후, ‘이어도’, ‘뽕돌’ 등 네 편의 영화 만에 세계적인 영화제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영화 ‘지슬’은 어렵게 만들어진 영화란 걸 화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제작비가 없어 영화 제작을 자주 중단해야 했고, 초가집 한 채를 불태울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생략하고 상징적으로만 표현해야 했다.

출연한 배우들도 대부분 제주의 연극판, 노래판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이다.

이 영화의 제작에는 전국에서 400여 명의 후원자들이 만원에서 기십 만원까지 소셜펀딩에 참여했다. 2억5000여 만원의 제작비가 들어갔는데 아직 갚지 못한 빚이 많다고 한다.

제주자치도에서는 매년 8000여 만원을 영화제작에 지원한다. 그런데 심사를 통한 지원금은 대부분 제주에서 촬영하는 충무로 영화사들에게 돌아간다. 그래도 ‘지슬’은 2500만원을 지원 받았다.

‘지슬’이 부산영화제, 선댄스영화제 등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게 되자 제주도에서도 앞으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정치적인 계산이 없다면 지금까지 제주예술을 경시하는 태도에서 상당히 전향된 자세다.

제주에는 영화에 대한 꿈을 키우는 미래의 영화인들도 많다. 작년에는 서귀포 지역 한 초등학교 영화동아리 학생들이 만든 단편 영화가 전국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한 성적도 있다.

제주영화에 대한 지원은 물론 영화꿈나무 영재들을 키우는 데도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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