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난데없는 얘기여서 무슨 말인지 물어보니 중문에 제주국제평화센터가 설립되었으니 서부관광도로를 ‘평화로’라고 바꾸고 국제자유도시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게 동부관광도로를 ‘번영로’로 바꾸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명칭변경에 대해 도민들과 전문가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다.
첫째는 새로운 도로도 아니고 오랫동안 사용해 온 도로명을 갑자기 바꾸는 것은 혼란을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전문가들은 도로명은 지리적 위치와 동서남북 방향 확인을 우선하는 데 이처럼 ‘평화로’와 ‘번영로’로 추상적 명칭을 갖다 붙이는 것은 뜬금없다는 지적이다.
둘째는 누구의 발상인지는 모르나 ‘평화’ ‘번영’이라는 작명을 미리 해놓고 소수 도민들에게 적절 여부를 물어 ‘적절하다’는 대답이 많았다고 개명을 하는 것은 도지사 치적 홍보치고는 너무 치졸하다는 반응이다.
홍보를 떠나 도민에 대한 기만이 될 수 있다.
물론 아무리 오래 사용한 도로명일지라도 변경이 필요한 때도 있다.
공무원들은 윗사람이 좋아할 만한 표현을 갖다 붙이는 데 경쟁적이다.
지난 정권 때는 대통령이 ‘신(新) 지식인’ ‘지식경영’ 이라는 말을 좋아하자 모든 부처의 구호는 물론이고 이름 붙일만한 데는 모두 ‘신지식인’이고 ‘지식경영’이었다.
최근엔 대통령이 ‘혁신’이란 말을 자주 쓰자, 도시이름까지 ‘혁신도시’가 되는 판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번 제주도가 확정했다는 평화로, 번영로 개명(改名)도 이와 유사하다는 데 있다.
김태환 도지사가 취임사에서 “평화와 번영의 제주를 이룩하겠다”고 말한 이후 이 표현은 그동안 도정의 구호가 되다시피 해왔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안다. 치졸하다는 도민 반응이 나올만하다.
이 뿐만 아니다.
그 도로에 ‘평화로’와 ‘번영로’라고 특별히 내세울 인프라도 없는 데 이름부터 정해놓고 꿰맞추려 한다면 그 비용이 얼마이겠는가.
그 돈은 도민의 세금이다. 작명력(作名力)이 제주도의 경쟁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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