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와 제주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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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기. 농협중앙회 언론홍보국장
새 정부의 가장 중요한 국정과제 중 하나는 창조경제를 통해 새로운 융·복합 산업을 육성하고, 일자리 창출로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것이다. 창조경제는 상상력과 창의성, 과학기술에 기반을 둔 경제운용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과 시장,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또 지난 11일 열린 첫 국무회의에서 “개방화의 파고 속에서 우리 농축산업의 어려움이 큰 상황인데, 창조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과 융합해서 농축산업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고 말했다. 창조경제의 기조 속에 농업도 예외가 아니라는 뜻이다.

사실 오늘의 제주농업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혁신을 거듭해온 실험과 창조정신의 결과물이다. 감귤산업만 해도 60~70년대 자급자족 수준의 밭작물 중심에서 감귤산업 전환을 결단하고, 노지감귤, 하우스감귤, 한라봉, 천혜향 등으로 이어지는 작형과 품종을 다양화하는 등 농업인들의 발상의 전환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정부의 비료정책이 미작위주에서 벗어나지 못할 때 제주의 토양과 감귤에 맞는 원예용 비료를 만들겠다고 순수 농업인이 비료회사를 세웠으니 그게 오늘의 제주비료이다. UR협상 때만 해도 용어자체가 생소했던 패킹하우스인 중대형 APC도 이미 20개를 넘어서고 있다. 지자체와 생산자단체 간 협력으로 추진하는 농업인성공대학이나 브랜드대학은 교육을 통해 농업인 역량을 높이고, 발상의 전환을 통해 창조농업을 실현하려는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아직 창조농업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평균 농지면적은 협소하고, 농촌 고령화는 심각하다. 여전히 기상재해는 되풀이 되고, 농업과 IT, BT 등 첨단기술 접목은 걸음마 수준에 있다. 농업을 사양산업으로 보는 일부 시각도 부담스럽다.

그렇다고 주저할 수가 없다. 이스라엘의 예에서 창조농업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사막의 나라 이스라엘이 농업강국으로 성장한 데는 1차 산업에 대한 R&D투자와 이를 통한 창업시스템이 있다. 농업의 GDP 비중이 2.5%에 불과하지만 기업들이 대부분 수출을 염두해 두고 첨단농업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린하우스에 IOD(Irrigation on demand)기술로 작물 뿌리에 센서를 부착해 언제 얼마의 물과 비료 등을 공급할지 결정해 준다. 종자회사들은 유전자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도 식물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첨단종자를 개발, 우리나라 등에 수출한다. 바닷물에서 염분을 빼내는 해수담수화 기술이나 항공기를 이용해 강수량을 증가시키는 기술도 농업에 활용한다. 이스라엘 농업의 성공요인은 첨단기술을 이용해 꿈을 이루는 도전정신에 그러한 토양을 만들어 주는 정부의 획기적인 지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제주에 창조농업의 실마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제주테크노파크(JTP)내 IT업체들과 협력해 인터넷과 모바일 기술에 농축산업 현장의 기술을 접목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특히 농기계 및 농자재의 디지털 혁명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균일한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생산자, 생산자단체, 소비자 간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사이버 유통 플랫폼을 통해 직거래 할 수 있는 길도 만들어 봄직하다. 아울러 올 하반기 제주에 들어서는 국립기상연구소 및 태풍센터와 협력을 강화해 변화에 선제 대응한다면 기상재해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범 농업계의 의지를 모으고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창조농업으로 농업인에 소득을 높여주고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많은 인재와 기업이 농촌으로 들어오고, 국민경제의 핵심 산업 및 공간으로 제주의 농업·농촌은 진화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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