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서 유일하게 탄수차 남아 있는 증기기관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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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미카3형 304호(삼무공원 증기기관차)
제주시 연동 삼무공원에 있는 ‘미카3형 304호’는 69년 전 제작된 증기기관차로 마지막까지 운행 기록을 갖고 있는 철도 역사의 산 증인이다.

기차명은 일본어로 ‘황제(Mikado:미카도)’라는 단어에서 유래됐다. ‘304호’는 제조 순서에 따라 붙여진 것이다.

1919년 미국에서 수입된 미카1·2형에 이어 미카3형은 국산 갈탄을 연료로 하기 위해 한국형으로 개량됐다.

1944년 일본 기샤(汽車)회사에서 제작됐고 조선총독부 철도국 경성공장에서 조립됐다. 길이 22m, 폭 3.7m, 높이 4.5m, 무게 90.6t으로 1만5430㎏의 견인력을 갖췄다.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달리다 분단 후에는 경부선과 호남선 등 남한의 주요 본선에 투입됐다. 23년 동안 철마가 달린 거리는 226만4000㎞에 이른다.

지구를 56바퀴나 돈 셈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디젤기관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1967년 8월 31일 국내 모든 증기기관차는 현역에서 은퇴했다.

1978년 어린이날을 기념,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기차를 볼 수 없는 도서지역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이 중단된 기차를 제주도에 보냈다.

철도청 영등포공장을 출발한 기차는 인천항에서 화물선에 선적돼 그해 5월 22일 제주항에 도착했다. 1970년대 말 제주시 중앙로는 도로 폭이 좁아서 건입동 6호 광장을 거쳐 삼무공원에 설치됐다.

전시 초기엔 학교마다 견학이 이어져 문전성시를 이뤘고 난생 처음 기차를 본 학생들도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객차는 1963년 인천공작창에서 제작된 80인용 비둘기호 1량이 연결됐다.

특히 기관차 뒤에 달린 석탄과 물을 싣는 ‘탄수차’는 중유탱크로 개조하지 않고 유일하게 원형 그대로 남아 있어 사료적 가치가 높다.

현재 국내에 남아 있는 또 다른 증기기관차 3대는 탄수차를 기름통으로 개조해 원형이 사라졌다. 이는 갈탄의 특성상 효율성이 떨어져 연료를 중유로 바꿨기 때문이다.

탄수차가 있는 국내 유일의 증기기관차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만큼, 2008년 10월 등록문화재 제414호로 지정됐다.

굴뚝으로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칙칙폭폭’ 달리는 증기기관차의 운행 장면은 볼 수 없게 됐지만, 삼무공원 기차는 석탄을 때고 물을 끓여 나오는 고압의 수증기로 움직였던 당시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제주시는 삼무공원 명물인 기차의 보존과 활용을 조화롭게 운영하기 위해 2011년 2억8000만원을 들여 녹이 슬지 않도록 말끔히 도색하고 내부를 정비했다.

객차에는 기존 객석 6개를 비롯해 탁자와 의자를 새로 갖춰 어린이 도서관으로 조성했다. 아동도서 1600권이 비치됐고, 탐라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여해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있다.

올해는 예산 2억원을 들여 비바람으로부터 기차를 보호하기 위해 비가림 시설을 설치할 계획이다.

제주시 문화예술과 김종상 주무관은 “문화재청이 2008년 역사적·자료적 가치가 높은 철도 관련 유물 13개를 문화재로 등록할 당시 맨 먼저 이름을 올린 것이 삼무공원 증기기관차였다”며 “섬이라는 여건 상 실제 기차를 운행하지 못하는 제주도에 원형 그대로를 갖춘 증기기관차가 있는 것은 자랑거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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