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봉사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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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장 / 시인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학교에서 집으로 배달되는 가정통신문이 많다. 아이가 셋인지라 각 학교마다 특성 있는 가정통신문을 헷갈리지 않게 꼼꼼히 읽는 것도 엄마의 몫이다. 그 중 학생들이 1년 동안 채워야 할 ‘봉사활동’ 안내문을 들여다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필자가 운영하는 도서관도 ‘청소년활동진흥센터’ 터전으로 연중 청소년들의 봉사가 끊이질 않는다. 학기 초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며 주어진 봉사시간을 채우고도 여유가 있는 학생이 있는 가하면, 학년 말이 되어서야 부족한 봉사시간을 채우려고 부랴부랴 도서관에 연락이 오거나, 다녀가는 학생들도 있다. 그런 학생들을 보면 같이 마음이 답답해지고 조급해진다.

봉사란,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하여 자신을 돌보지 아니하고 애쓰는 것을 말한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봉사를 하는 분들을 보면 모두가 기쁜 마음으로 표정까지도 밝다. 그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회가 점점 밝아지고 아름다워지고 있다. 하지만 성적이나 스펙을 위해 봉사시간을 채우는 학생들을 보면 봉사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지금은 진로가 바뀌었지만, 한때 유아교육을 꿈꾸던 큰 딸이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봉사를 하겠다고 유치원 봉사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나름대로는 자신의 진로와 연계된 봉사를 계획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봉사활동결과를 받아본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딸이 그 곳에서 봉사를 한 내용은 유치원 청소였다. 물론 유치원에서는 청소를 도와줄 청소년 자원봉사자가 필요했을 것이다. 청소봉사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집에서 자기 방조차 청소할 시간이 없는 아이들이기에, 다른 기관을 방문해 경건한 마음으로 먼지를 뒤집어쓰며 청소를 해 보는 것도 앞으로 살아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본다. 하지만 유치원교사를 꿈꾸는 아이에게는 봉사 장소가 유치원이었을 뿐이지, 사실 봉사내용이 별 도움이 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수업을 위한 교구 만들기라든가, 수업 도우미 같은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자신의 진로와 관련된 봉사를 할 때 아이들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만큼 자신의 꿈과 미래에 거는 기대치가 있기 때문이다. 그 꿈과 미래를 위해 다가가는 작은 발자국은 아이들에게 감동을 전달해 주고 심지어는 성스럽게 여기기까지 할 것이다. 우리 도서관에서는 아이들에게 도서관 청소를 시키지 않는다. 작은 규모라 청소할 부분이 많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있다고 하더라도 성인자원봉사자를 이용한다. 청소년자원봉사자들에게는 라벨작업, 종류별 도서 분류하기, 분류번호대로 서가 꽂기, 저학년 학습지도, 자체 동아리활동 등 직접 학생들이 진로와 연결할 수 있는 봉사만을 원한다. 미래의 사서를 꿈꾸는 아이들, 미래의 선생님을 꿈꾸는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조금씩 서툰 그 발길을 내디딜 수 있는 기회와 방법을 제시해 주는 것이다.

고등학교까지의 다양한 활동으로 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점점 더 많이 도입되고 있다. 전문공부를 하기 전, 주어진 시간을 봉사로 채워야 한다면 아이들의 진로와 관련된 봉사를 할 수 있도록 각 봉사지정기관에서는 다양한 봉사활동을 기획해 보는 것도 시대의 흐름이라 생각한다. 오로지 시간만을 채우기 위한 봉사에 아이들이 얼마나 진심을 다해 임할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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