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문인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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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시인 / 소설가
‘우리의 땅과 목숨을 뺏으러 온/ 원수 영미의 항공모함을/ 그대/ 몸뚱이로 내려쳐서 깨었는가?/ 깨뜨리며 깨뜨리며 자네도 깨졌는가 / 장하도다/ 우리의 육군항공 오장 마쓰이 히데오여/ 너로 하여 향기로운 삼천리의 산천이여/한결 더 짙푸르른 우리의 하늘이여’(서정주의 시 ‘마쓰이 오장 송가’ 중에서)

서정주(1915∼2000)의 시 ‘마쓰이 오장 송가’ 는 천황을 위해 옥쇄하라며 조선인 카미카제 특공대를 찬양하였다. 일제시대에 민족시인이 있었다면 반민족 시인도 있었다. 서정주는 반민족 시인이 분명하다.

그는 생전에 그의 작품이 빠지면 교과서가 아니었다. 그가 심사하지 않으면 문학상이 아니었다. 자유문학상, 대한민국 예술원상, 금관문화훈장 등도 섭렵했다. 해방 후에는 이승만의 전기를 썼고, 5공 때는 대통령 탄신 축시까지 지어 바쳤다.

그런 서정주가 제주사회에서 되살아나고 있다. 그것도 문인들이 모임인 제주문인협회가 ‘시의 향기를 찾아서’ 관연절(觀蓮節) 행사에 ‘서정주의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왜 하필 서정주인가?

2008년 서귀포문인협회는 ‘서귀포시비노래비공원’을 조성하면서, 처음 예정작품 가운데 서정주의 ‘고을나의 딸’은 친일파로 분류된 작가의 작품이라 서둘러 배제하는 소동도 벌였다.

‘아아 날고프구나 날고 싶어/ 부릉부릉 온몸을 울려/ 사라진 모든 것/ 파랗게 걸린 저 하늘을/ 힘차게 비상함은/ 내 진작 품어온 소원!’(서정주의 ‘항공일’ 중에서) ‘교복과 교모를 이냥 벗어버리고…/ 아무 뉘우침도 없이 스러짐 속에 스러져 가는/ 네 위엔 한 송이의 꽃이 피리라…/ 흘린 네 피에 외우치는 소리 있어/ 우리 늘 항상 그 뒤를 따르리라.”(서정주의 ‘헌시’ 중에서) 서정주는 ‘항공일’에서 일제의 전쟁동원을 독려했고, ‘헌시’에서는 일제 침략 전쟁과 학도지원병의 영웅적 전투 행위를 그려내었다. 그의 이름 다츠시로 시즈오[達城靜雄]. 1942년 7월 ‘매일신보’에 평론 ‘시의 이야기-주로 국민 시가에 대하여’를 발표하면서 친일 작품을 쓰기 시작하였다. 이후 친일 문학지인 ‘국민문학’과 ‘국민시가’의 편집에 관여하기도 하였다.

그 후 수필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1943), ‘인보(隣保)의 정신’(1943), ‘스무 살 된 벗에게’(1943)와 일본어로 쓴 시 ‘항공일에’(1943), 단편소설 ‘최제부의 군속 지망’(1943), 시 ‘헌시(獻詩)’(1943), ‘오장 마쓰이 송가’(1944) 따위의 친일 작품들을 발표했다.

‘국화 옆에서’로 국민시인이 되었다는 서정주. 동양적이고 향토색 짙은 토착서정으로 쓴 그의 1000여 시편들은 후배 시인들에게 금과옥조처럼 읽혔다. 뿐만 아니라 그가 배출한 많은 걸출한 문인제자들은 미당 사단이라 이를 만큼 문단의 중추를 이루어왔다.

이러한 서정주는, 일제 때 반민족 친일시를 쓴 것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의 문학적 성취를 폄훼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지적할 수 있는 철저한 시적 반성으로서의 역사적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 전체로써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가 지탄을 받는 것도 그의 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서정주의 친일 글은 ‘무제-사이판 섬에서 전원 전사한 영령을 맞이하며’와 ‘송정오장송가’, ‘인보의정신’, ‘스무살 된 벗에게’, ‘징병적령기의 아들을 둔 조선의 어머니에게’, ‘최제부의 군속지망 등 모두 11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민족문제연구소가 밝힌 친일문인들은 대체 누구까? 친일반민족 행위 708명에 포함된 시인은 김동환 김상용 김안서 김종한 김해강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이찬 임학수 주요한 최남선 등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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