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꽃밭에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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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후. 시인 / 소설가
‘당신은 어느 곳에 계십니까/ 막막 저승을 향하여 떠나셨습니까/ 저 아늑한 섬곶 끝자락에서/ 보였다가 사라져버리신 무심한 당신/ 어느 곳에서 무얼하고 계십니까/ 동쪽에서 숨죽이며 사시다가/ 해 지는 서쪽으로 떠나버리신 당신/ 광명과 생성을 상징하는 동쪽에서/ 죽어서 영혼으로 떠나신 서쪽으로/ 그곳 서천꽃밭에서/ 죽은 이를 살리신다는/ 그 아늑한 환생꽃으로 피었습니다.’ -졸시 ‘서천꽃밭에 계십니까‘ 중에서

님은 떠났다. 우리들을 두고 영영 서천꽃밭으로, 영생의 삶을 위해 이승을 내려놓았다. 님은 떠났지만 우리는 다시 제주4·3평화공원에 모여 위령제를 지냈다. 4·3유족들은 그 한이 풀릴 수 있다면 다시한번 소리 내어 울고 싶은 심정이라고, 올해도 고백했다.

지난 3월 26일. 4·3위령제를 앞두고 제주학생문화원에서 토론회가 열렸다. 주제는 ‘제주4·3, 화해와 상생의 길은 없는가?’였다. 그런데 토론자로 나선 어느 분이 정부가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가 4·3의 내용을 은폐, 왜곡해 진상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자, 모인 청중들은 거세게 반발했고, 고성을 주고 받으며 실랑이를 벌였다. 그는 또 정부의 잘못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사과를 했으니, 이제는 희생자가 잘못에 대해 사과를 할 차례라는 것이다. 참으로 어이없는 항변이다. 희생자가 어떻게 사과를 한단 말인가? 가해자가 과연 누구란 말인가? 가해자부터 사과를 하는 것이 순서가 아닐까? 이승을 떠나 저승 ‘서천꽃밭’에서 숨죽이고, 정의의 역사를 염원하는 희생자가 지켜보고 있다.

또 있다. 토론회가 끝나자, 어느 분이 느닷없이 ‘2013 제주4·3토론회를 방청하고’라고 글을 기고했다. 그는 “4·3을 민중항쟁이라 주장하는 세력들을 떼어내고, 4·3유족의 정밀한 심사를 거쳐서 ‘신념에 찬 투사의 후손들을 분리해 4·3유족회가 순수한 피해자의 단체로 태어나는 방법뿐이다” 라고 주장했다. 정신이 혼미할 수밖에 없다.

에릭 야마모토 하와이대 교수는 ‘섬 평화문화 콜로키움’에서, 미국정부가 제주4·3의 대량학살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음을 역설했다. 한국과 미국의 학자, 그리고 자신의 연구로 제주4·3이 명백하게 밝혀졌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곁들였다. 제주4·3,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제주4·3은 미군정 시대에 일어났다. 학살이 진행될 당시 대한민국은 국가로 완성되지 않았다. 그리고 제주4·3 당시 군경을 장악한 당사자는 물론 미국이다. 당연히 제주4·3은 미국과 미군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음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가? 이승만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는 국무회의에서 강경 진압작전을 지시했다. 그래서 정부에서 발간한 ‘제주4·3사건진상보고서’에도 초토화의 책임은 당시 정부와 주한미군사고문단에게 있다고, 판단된다고 기술하고 있다. 미국정부는 세계대전 후 미국계 아시아인에 대한 강제구금과 피해자 12만에 대하여 배상을 하였고, 1993년 하와이 불법전복과 인권 학살에 대해 원주민들에게 사과하였다.

그래서 부루스커밍스 교수는 “제주도 사람들에 대한 (배상이) 첫 번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은(대학살은) 2차 대전 후 아름다운 섬에서 자기결정권과 사회정의를 위해 싸운 제주도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한 미국정부의 능력을 증거한 첫 번째의 대사건이었기 때문이다”고 역설했다.

‘눈물이 말라 흐르질 않습니다/ 가슴이 막히고 말문도 막혔습니다/ 총소리가 가슴을 후비고 지나는 날/ 동백무리가 뚝뚝 꽃잎을 흩날리던 날/ 동네 고샅길 넘어 동네 삼촌들 함께/ 포승줄에 묶여 질질 끌려가던 날/ 비애 끓는 소소리바람 소리 멀리 하고/ 서천꽃밭으로 당신을 보내는 심정/ 아직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빈 꽃상여 메고 저 멧부리 따라 /일가친척 영이별하고 산천벗님 영이별한/ 당신을 오늘, 그곳으로 인도합니다’ -졸시 ‘서천꽃밭에 계십니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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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soomogma 2013-04-09 16:53:14
일정부분 위 글에 공감합니다. 4.3사건은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하기 전인 미 군정하에서 발생한 사건 맞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의 탄생을 반대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싫든 좋던, 반대하였던 찬성하였던 이 땅의 선거는 무효가 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선거에 의하여 탄생하였습니다. 반대를 하였더라도 축하를 할 일이었습니다. 선거에 반대표를 행사하였더라도 발표가 되면 이에 승복하는 것이 옳은 일일겁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탄생하고 한달 남짓한 시기에 인민유격대장 명의로 대한민국에 선전포고를 하였습니다.

gosoomogma 2013-04-09 16:40:55
진압을 하여야 할까요 하지 말아야 할까요. 유격대원과 일부 도민은 적기가를 부르며 자기들끼리 결속을 다지며, 북에있는 위대한 영웅이 해방을 시키러 올 것이라는 등 도민을 선동하였습니다. 이때 진압작전에 앞장선 것은 서북청년단원이었다는 주지의 사실이고... , 강경진압으로 피해가 너무나 컷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허나 대한민국 정부에 대하여 선전포고를 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