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5주년 4·3 위령제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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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바다. 하멜러브코리아 아카데미 원장
이런 슬픈 비극과 아픈 역사 언제나 풀리려나. 달래주지도 못하고 위로 받지도 못하는 이런 일들. 여러 해가 바뀌어도 좀처럼 달라지지 않는 답답한 마음들 뉘라서 아는가 모르는가 외쳐도 감감할 뿐이어라.

필자는 형님 두분을 4·3사건으로 잃었다. 어느 형제인들 가족인들 이 날이 돌아오면 억장 무너지지 않는 이 있으랴. 해원과 상생으로 가는 길이 이렇게 험난하고 애태워서 되겠는가. 어머니는 살아서도 아들의 원혼 달래지 못한 것을 평생 죄인 처럼 살다 가셨다. 이제나 저제나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달래려고. 어머니는 밤 낮으로 울다 울다 저 세상으로 가시었다. 죽은 두 아들을 만나고 계신지 모르겠다. 아마도 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저 세상에서도 죄인으로 사실 게다. 아니면 어머니 혼자서 지천을 오가며 억울한 세상 잘 풀리리니 풀리리니 원망도 미움도 잊으시고 계실거다.

어머니는 눈물이 많으셨다. 저고리 소매에 감추신 손수건은 언제나 눈물로 젖어 있었다. 세상에 흘릴 눈물 다 짊어지고 가셨으니 저 세상에서는 흘릴 눈물도 없으리라 생각 해 보지만 어머니 모습 그려 보면 필자의 가슴도 눈물로 지울수 없다. 핏줄은 무엇이며 형제는 무엇인가. 어머니가 눈물 흘리는 날은 필자도 따라 눈물 흘렸던 것이 어제 같다. 이제 그 눈물 씻어 드려야지 하면서도 눈물 씻어줄 세상이 아직 오지 않는다. 오리니 오리니 간절한 희망뿐이다. 형이 총맞아 죽은 이야기를 하면 필자도 총을 맞아 쓰러지는 느낌이다. 필자가 군대에서 연좌제 때문에 호적에 붉은줄이 그어지고 요주의 인물로 구분돼 군복무도 백령도에서 마쳤다, 필자는 초·중등학교를 다니면서 교실 안팎에 붙어있는 ‘쳐부수자 공산당, 무찌르자, 오랑케’벽보들을 보면서 소년기를 보냈다. 형들이 공산당을 했는지 빨갱이를 했는지도 모르고 자랐다. 4·3사건으로 형들이 희생당한 것은 그 후에 일어난 일이다. 공산당도 모르는 멀쩡한 형들이라는 것도, 어머니가 훗날 알려 주어 알았다. 주검은 누구에게나 아픔이고 상처이다. 살려 내라는 것도 아니다. 죽은자들을 기리고 그 영혼을 위로할 때이다.

국가여 민족이여, 겨레여 이 나라의 지도자여, 이제 모든 아픔들을 풀면서 가자. 이 답답한 멍에들을 시원하게 풀면서 가자. 누가 가해자며 누가 죄인이며 물으려 하는 게 아니다. 함께 가고 함께 풀어서라도 화해의 길로 평화를 찾아 손잡고 가야 한다. 더 이 상 늦추지 말며 더 이상 애태우지도 말아야 한다. 이제 새출발 하자. 아픈 자들을 위해 달래려는 자존을 가져야 한다. 상생이 뭐드냐 서로 손잡고 가자. 이제 미래를 바라보자. 대한민국이 어디로 달려 가야 하는지를. 세상은 숨 가쁘게 변하고 있다. 행사장 앞에서 한 서양 여인이 의자 위에 올라 서서 ‘No War Base’ 피켓을 들고 있었다.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치는 목소리로 들렸다. 제주 바다는 이제 더 이상 피멍이 들어서는 안된다. 문충성 시인의 ‘섬하나 몬딱’ 추모시를 귀 담아 들었다. “섬 하나가 몬딱 감옥이었주 마씸/건너가지 못허는 바당은 푸르당 버청/보는 사람 가슴까지 시퍼렁허게 만들었 쑤게/(중략)연둣빛으로 자유가 어디 있었쑤강/섬 하나가 몬딱 죽음이었주 마씸.” 이런 처절했던 싸움과 지옥의 땅 이 세상 천지 제주 말고 있었던가. 이제 지워야 하며 지워줘어야 한다. 감옥의 섬에서 해방의 섬이 되고 자유의 섬이 되고 평화의 땅으로 돌아 오게 하자.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기쁨이 오게 하고 행복을 노래하게 하자. 가신님들도 편히 잠들게 하자. 내년에는 사람들이 바라는 국가 추념제가 되고 서로 위로하고 서로 위로 받는 사랑과 자비로운 꿈과 행복의 제주을 열어 가게 하시라. 화해와 협력은 주는 자가 따로 없고 받는 자 따로 없는 것. 우리가 짊어져야 할 것은 내 탓이요 네 탓이요가 아닌, 우리 모두가 대한민국의 주인이라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지혜롭게 가자. 가신님들 편히 잠들게 하고, 산 자와 죽은 자들에게 명쾌한 해원의 답장들을 보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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