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은 계미년(癸未年), 양띠 해다. 양(未)은 12지의 여덟번째 동물이다. 시각으로는 오후 1~3시, 달(月)은 6월에 해당한다. 방향으로는 남남서를 지키는 방위신이다.

양은 성격이 순박하고 온순해 평화와 순종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해에 며느리가 딸을 낳아도 구박하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진다.

양 하면 곧 평화를 떠올리듯, 성격이 순박하고 온화해 좀처럼 싸우는 일이 없다. 양은 무리를 지어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동료간 우위 다툼이 없다.

또한 반드시 가던 길을 되돌아오는 고지식한 습성이 있다.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는 속담은 양띠생이 너무 정직해 부정을 못 본다는 말이다.
성격이 부드러워 좀체 싸우는 일이 없으나, 일단 성이 나면 참지 못하는 다혈질이기도 하다.

양(羊)이란 글자는, 맛있음(味), 아름다움(美), 상서로움(祥), 착함(善) 등으로 의미가 이어진다. 큰 양이란 ‘大羊’ 두 글자가 붙어서 ‘미(美)’자가 되고, 나 아(我)의 좋은 점(羊)이 옳을 의(義)가 된다. 즉, 한국인에게 양은 착하고(善), 의롭고(義), 아름다운(美) 동물로 인식됐던 것이다.

서양에서 양은 매우 친숙한 동물이다. 성서에 500회 이상 양 이야기가 인용되고, 양고기가 최고급 음식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과는 별로 친숙하지 않다. 양이 농경민보다는 유목민과 가까운 동물이기 때문이다. 낙랑 출토품 가운데 양 모양의 패옥과 양 모양의 청동제 꽂이 장식이 있고, 경기도 개풍군 고려시대 고분인 수락암동 1호분 현실 서벽에 벽화가 있다.

양과 관련된 민속도 적다. 새해 첫 양날(上未日)에 특기할 만한 게 없다. 다만 전남지역에선 방정맞고 경솔해 출항을 삼갔으며, 제주에선 ‘미불복약(未不服藥)’이라 해 환자라도 약을 먹지 말라고 한다.

양은 예전엔 성스러운 제물로, 현대에는 젖.고기.털.가죽 생산 등을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다. 생명과학 연구를 위한 실험동물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의학에서 양은 양(陽)을 돋우는 보양식품으로 친다. 혈액을 따뜻하게 하고 체력 부족을 보충해 준다 해 허약체질.폐결핵.양기 부족.산후와 병후에 보신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양띠와 궁합이 잘 맞는 띠는 토끼띠와 돼지띠다. 토끼는 양의 코와 돼지의 코를 반반씩 닮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쥐띠와는 상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