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는 마을 뜨는 동네 - (1)제주시 산지천
뜨는 마을 뜨는 동네 - (1)제주시 산지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2003년 새해를 맞이하는 제주에는 수많은 동네들이 오래 전부터 쌓여온 자신들만의 멋을 자랑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에는 시대의 변화에 맞게 톡톡 튀는 모습을 갖추고 새롭게 떠오르는 동네들이 있다. 잃었던 옛 모습을 다시 찾은 마을이 있는가 하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한 마을들도 있다. 새롭게 변화하는 우리 마을을 찾아 그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새롭게 조명해 본다.【편집자주】


"다시 햇빛 본 '제주시민의 젖줄', 산지천"


제주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풍광이 좋다고 손꼽히는 제주도의 중심부이다. 이런 제주시에 있는 ‘산지천’을 모르는 제주도민은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그만큼 산지천은 제주인들과 역사를 같이해 왔다. 특히 제주 토박이들 가운데 1960년 이전 세대들은 산지천 하면 어릴 적 물긷고 멱감고 물장구치고 은어 낚시하던 추억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이런 산지천이 1960년대 이전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새로운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복개와 복원

세월이 흐르면서 산지천은 제주시의 발전과는 반대로 오명을 쌓아갔다. 주거가 밀집되고 각종 오물이 쌓이면서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1966년부터 산지천 복개사업이 진행됐다. 14동의 건물과 286가구, 그리고 동문시장과 각종 상가가 복개된 산지천을 대신했다.

그러나 산지천 복개는 최악의 상황을 불러일으켰다. 하천 생태계의 파괴와 홍수가 발생했을 때 도시침수 요인이 됐으며 복개공간 밑으로의 오물 투기, 폐수 방류 그리고 비위생적인 부패현상은 산지천을 제주의 대표적인 오염지대로 자리잡게 했다.

그러나 산지천은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복개 건물이 낡으면서 제주시는 산지천을 옛 모습으로 복원한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1995년 퇴거 명령과 함께 산지천 되살리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64여 억원이라는 막대한 예산과 해당 주민과의 갈등을 겪은 후 2000년 산지천정비복원공사를 시작한 후 드디어 2002년 6월 복원된 모습을 선보였다.

길이는 474m, 너비는 20여 m, 맑은 물이 흐르고 은어.숭어와 백로 등 각종 물고기와 새가 뛰놀고 음악과 분수 등이 한데 어우러진 도심 속의 생태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예전에 있던 홍예교를 본뜬 다리와 두 개의 목교가 새로 세워졌고 개울가를 따라 나무 거리가 생겼으며 제주 돌들로 이뤄진 둑도 생겼다.

이와 함께 옛 산지천에 있었던 빨래터를 돌로 쌓아 새로 만들었으며 옛 목욕탕 자리에 들어선 물놀이터에는 지난 초가을까지 어린이들이 부모 세대들과 똑같은 노천 수영의 추억을 쌓았다.

▲생태도시의 출발점

산지천 복원과 함께 제주시는 자연과 도시가 공존하는 ‘친자연환경적 생태도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산지천은 이제 관광객과 가족 단위 도민들이 즐겨 찾으면서 도심 속의 환경친화적인 자연형 하천으로 그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런 산지천 복원의 성공은 전국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청계천 복원계획을 추진 중인 이명박 서울시장을 비롯한 서울시 관계자들이 산지천을 방문해 제반사항을 꼼꼼히 챙기면서 벤치마킹을 시도하고 있으며 전국 각 대학의 도시 관련 학과 학생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제 모습을 찾은 산지천을 지키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도 각별하다. 올해 발대식을 가진 산지천가꾸기추진운동협의회는 매주 정기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복원된 산지천을 주민 스스로 보호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산지천 지킴이’를 자청하고 나섰다.

산지천 복원은 이와 함께 칠성로 새즈믄거리와 탑동 광장, 내년이면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낼 목관아지를 연결하는 ‘젊음과 낭만의 도심 산책로’를 갖게 됐다. 그동안 과거 제주 개발에서 빠져 있던 낭만이 산지천 복원을 통해 보완되면서 제주만의 독특한 추억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제주시는 이런 산지천 복원사업을 일개 하천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생태도시로 발전하기 위한 집념의 표출이며 인간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는 쾌적한 삶의 지향이라는 목표를 상징하는 대역사로 자평하고 있다.

조여진 제주시 도시건설국장은 “산지천 복원사업을 계기로 생태도시로 가기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앞으로 우리가 갖고 있는 환경 용량을 정확하게 측정해 이 범위에서 모든 개발이 이뤄질 때 진정한 생태도시가 이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끌벅적한 동네 한복판을 맑은 물이 가로지르는 풍경은 외국의 생태도시를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단순히 외형이 아닌 시민들의 일상생활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정책이 펼쳐질 때 산지천이 성공적인 도심 프로젝트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