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미래, 교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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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식. 세화고 교장 / 수필가
조선의 대유학자 이율곡은 “임금과 스승과 부모는 일체이니 정성껏 받들어야 하며, 자기 생각대로 스승을 비난하는 행동은 좋지 못하다”라고 하였다. 이 말은 임금과 스승, 아버지의 은혜는 모두 같다는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강조한 것이다. 이제 군사부일체는 말할 것도 없거니와 ‘스승’이란 어휘도 점점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고, 박물관에서나 찾아야 할 것 같다.

지난 3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 발표한 ‘2012년 교권 회복 및 교직상담 활동실적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교총에 접수된 교권침해 행위는 총 335건이다. 이 중 학생지도에 불만을 품은 학생·학부모의 폭행·폭언이 158건으로 42.7%인데, 작년 2011년 115건에 비해 37.4% 증가한 것이라 한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면 정말 심각하다. 육지 모 중학교에서는 금품을 갈취해 지도를 받던 학생이 회초리로 엉덩이를 한 대 맞자 곧바로 일어나 교사의 얼굴과 가슴을 가격했다고 하고,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도 수업태도가 나쁘다고 꾸중을 듣던 어린이가 교사의 얼굴을 때렸다고 한다. 2년 전 우리 제주를 떠들썩하게 했던 모 고교에서의 여교사 폭행 사건, 학생이 여교사의 발을 짓밟고 머리채를 붙잡아 머리가 한 움큼 빼졌던 일도 있었다.

지금 현대사회는 대가족제도에서 벗어나 부부 중심, 자녀 중심의 가족제도로 변하고 있고, 여성의 자아실현과 함께 여성 취업을 적극 요구하고 있어 맞벌이 가정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또 0∼5세에 대한 정부의 자녀양육비 지원과 같은 다양한 가정 지원체제가 도입되어 부모의 양육 책임이 국가와 사회의 책임으로 전이되고 있다. 이런 변화된 사회환경을 놓고 볼 때,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학교가 책임감을 가지고 교사들이 제자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지금 학부모들이 소중한 자녀가 사람다운 품성과 함께 능력 있는 사회의 주인공으로 성장하길 바란다면, 믿고 의지할 사람이 바로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교사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교사들도 교육자라는 직책 하나로 학부모로부터 존경받고 인정받는 시절은 이미 지나간 추억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교사들은 점점 자괴감에 빠지고 의욕을 상실해 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으로 바뀌면서 학교현장에서는 교사가 진정 교육전문가인지, 교사의 권위 없이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는 있는 것인지를 고민하고 있다.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고 있는 민주사회에서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말라는 고전적 교사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학부모와 사회가 할 수 없는 교육 전문성을 가진 교사의 역할을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한 마디로 학부모들이 학교를 존중하고, 교사를 신뢰하고, 자녀를 믿어주는 것이다. 이것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결코 아니다. 궁극적으로 학부모의 자녀를 위한 디딤돌인 것이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신바람 속에 헌신적으로 교육을 할 때, 교육은 그 생명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곧, 교사가 희망이 있어야 학생들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한편, 교권을 인정해 주는 것은 교사들에게 학생을 제대로 키워내라는 무언의 책임감을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학교의 성공은 교사의 손과 마음에 달려 있고, 교사는 학교교육의 시작이요 끝이다. 그리고, 교사는 자존심 하나로 살아가는데, 자존심은 교사의 권위와 사기에서 비롯된다. 교사의 사기 진작은 바로 자녀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징검돌이다.

특히 사교육기관이 열악한 제주는 더욱 교사의 전문적 역할이 필요하다. 따라서 교사는 제주교육의 희망이고, 제주의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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