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 vs 육체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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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영. 제주해녀문화보존회 대표
무릎에 쥐가 나도록 몇 시간씩 쪼그려 앉아 밭에 김을 매다 보면 손목부터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주를 보느니 밭에 김을 매는 편이 낫다.’는 옛말이 있다. 모르는 사람들은 ‘아기 하나 보는 것이 뭐 그리 힘들어서’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사람과 관계하고 상대와 교감이 필요한 일들은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힘든가 보다. 그래서 ‘선생 X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하지 않던가?

이야기가 많이 빗나갔지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고된 육체노동보다 사람을 더 힘들게 하는 노동의 존재를 이야기 하고자 한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자기 손주나 자기 제자가 이런 상황인데 ‘손님은 왕’이라고 여겨지는 우리나라 서비스 현장의 풍토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손님에게 얼마나 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겠는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조직에서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감정으로 직무를 행해야 하는 노동을 감정노동이라고 한다. 감정노동 (emotional labor)은 캘리포니아 주립대 사회학과 교수인 앨리 러셀 혹실드가 1983년 ‘감정 노동’이라는 저서를 통해 처음 언급했다. 혹실드는 인간의 감정까지 상품화하는 현대사회의 단면을 감정노동이라는 말로 표현했다.

실제로 서비스 직군의 종사자들은 실제 자신이 느끼는 감정과는 무관하게 고객의 입장에서 행동하도록 교육받았고 그렇게 행동하기를 기대 받고 있다. 실제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현해야 할 때 감정노동이 발생하는데 문제는 감정노동으로 생긴 감정적 부조화는 감정노동을 행하는 조직 구성원을 힘들게 만들고 이 감정노동으로 생긴 문제가 적절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경우에는 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여 좌절이나 분노, 적대감, 감정적 소진을 보이게 된다. 심한 경우엔 정신질환까지 갈 수도 있다.

2011년 자료에 따르면 제주도의 산업구조는 1차 산업 17.9%, 2차 산업 4.1%, 3차 산업 78.0%이다. 3차 서비스 산업이 높은 비중을 보이는 이유는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 만큼 높기 때문이다. 도내 총생산 중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율이 49.7%이고 10만명 이상의 인구가 관광산업에 종사한다고 하니 그야말로 관광대도(觀光大道)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정도면 행정당국 차원에서 이 관광서비스산업 분야 종사자들의 스트레스 관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얼마 전 서울시는 다산콜센터 상담원을 감정 노동자로 보고 콜 센터 상담원들에게 욕설과 폭언, 성희롱을 일삼은 ‘악성 전화’를 담당하는 별도의 고객관리반을 설치해 적극 대응했다. 그리고 이들 피해 상담원을 위해 심리상담실을 설치하고, 점심·휴식시간을 보장해 업무 부담을 줄이는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종사자의 복지 향상이 전제 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리를 실천한 것이리라.

한때 신혼여행의 단골 장소로 불렸던 제주도, 후에 단체관광과 수학여행의 명소였던 제주도 하지만 이들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감소하면서 이제는 그 자리를 개별관광이 잇고 있다. 렌트카와 자가운전의 대중화와 인터넷 보급으로 국내 개별관광객 비중은 지난 2008년 76.5%에서 2009넌 76%, 2010년 81%, 2011년 88%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반복해 여러 번 제주를 찾는 인구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제주 마니아들이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이들 세대는 인터넷 매체를 통해 관광정보를 스스로 찾고 자신의 체험으로 다시 정보를 만들어 그 정보를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개인 매체를 통해 함께 공유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서비스는 기계적인 친절이나 미소가 아니다. 서로가 교감하고 소통하는 관계에서 진정한 감동의 서비스가 나올 수 있다. 물론 이 전제에는 서비스 종사자의 복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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