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행려자, 노숙자에 대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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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가 매년 500명 이상의 행려자(行旅者)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한다.

올 들어서도 3월말까지 270만원을 들여 일정한 거처 없이 떠도는 행려자 85명을 귀향시켰으며 55명을 보호시설에 입소시켰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1100만원을 들여 325명을 귀향토록 했고 186명은 보호시설에 입소토록 했다.

‘행려자’란 말은 ‘여행자(旅行者)’란 뜻이다. 말 그대로라면 고민할 까닭이 없다.

제주시가 고민하는 것은 이 ‘행려자’가 부랑인(浮浪人)인 탓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상 부랑인이란 ‘일정한 주거와 생업수단 없이 상당기간 거리에서 배회하거나 생활하는 18세 이상인 자’를 말한다.

그럼에도 제주시가 부랑인이라는 말 대신 굳이 행려자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일 것이다. 하나는 부랑인이라는 용어가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다.

이 말의 용례에는 사회관습이 부여한 차별적 요소가 깃들어 있다.

또 하나는 행려자 가운데 귀향 조치되는 사람들 상당수가 관광차 제주에 왔다가 여비가 떨어지거나 고된 선상생활을 견디지 못해 배에서 빠져나온 선원들이라는 점이다.

부랑인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다는 뜻이다. 그 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남는다. 그리고 제주시가 관계당국과 협조하여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더욱 고민해 주기 바란다.

사실, 부랑인에 관한 지금까지의 대책은 그들의 겉으로 드러나는 행태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부랑(浮浪) 원인에는 무관심해 왔다.

그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고 치유해야할 사회적 문제이라기보다 ‘보이지 않게’ 격리해야할 이유로 인식해 왔다.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은폐였다.

‘부랑’이나 ‘노숙’은 스스로 선택한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구조가 쳐놓은 덫에 걸린 때문이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오늘부터 제주시가 실태조사에 나서는 노숙자문제는 행려자문제와 함께 새롭게 점검하고 모색할 때가 됐다.

이 문제를 인권이라는 측면에서 사회적 최약자(最弱者)의 권리에 주목하고 그것을 보호함으로써 보다 민주화된 사회로 나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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