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민심 거스르는 ‘공천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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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을 하고 싶어 국회의원이 됐는데 여전히 남에게 못할 짓만 하는 것 같다.”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 비리를 조사해 검찰에 고발한 주역인 한나라당 김재원 클린공천감찰단장이 사의를 표명하며 토로한 내용이다.

특수부 검사 출신인 그의 자탄의 소리는 우리 국민에게 희망을 시사하는 것일까, 아니면 절망을 뜻하는 것일까.

얼마 전 특정당의 이른바 ‘공천장사’ 파동에 국회의원의 부인들이 등장했다.

한 의원은 “집 사람이 케이크 상자를 선물받았는데 집에 와서 보니 미화 21만 달러가 들어 있었다”고 해명했고, 또 다른 의원은 부인이 돈을 받았는데 돌려 주라고 했지만 찾아가지 않았다고 했다. 두 의원의 부인들은 곧바로 출국 금지되는 불명예를 안았고 결국 지나친 내조가 오히려 남편의 길을 막은 셈이 됐다.

내조도 좋고 정치적 동반자도 좋지만 무슨 일이 터질 때마다 구설에 오르거나 때로는 남편 대신 쇠고랑을 차는 국회의원 부인들의 처지가 측은한 생각마저 든다.

이 뿐인가.

어느 당 사무총장은 최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지방선거 공천 청탁을 받으면서 현금 2억원씩이 든 사과상자 2개를 받아 승용차에 싣고 떠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런데도 같은 당 인사들은 ‘특별당비’ 운운하며 그를 옹호하고 있다니 쇼를 해도 이만저만 아니다.

합법적 당비라면 왜 은행을 통하지 않고 비밀리에 사과상자에 넣은 현찰로 받았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저질 정치환경에 식상한 국민들은 이젠 웬만해선 놀라지도 않지만 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다.

더 큰 문제는 ‘공천장사’와 다를 바 없는 행태가 특정 정당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부 당의 경우 이미 고발된 의원 외에 다른 사람의 이름도 오르내리고 있다. 또 다른 당은 일부 시도당이 공천 신청자들에게 특별당비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품수수설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다가오는 지방선거가 중앙 정치인의 불법 정치자금 조달 창구로 전락하거나 ‘공천 합격증’을 따기 위해 안달하는 진흙탕 싸움판이 된다면 풀뿌리 민주주의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여당 야당 할 것 없이 돈 공천에 연루된 사람들을 가차 없이 추방해 자기정화 의지를 보여야 함은 물론이다.

제주지역은 예외이긴 하나 정치판을 오염시키는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후보의 정당공천제도는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옳다.

공천을 따면 조직력과 재정 지원 등에 힘입어 그만큼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기대심리는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제 마무리 인기있는 표식을 달고 나오더라도 표를 결정하는 것은 유권자의 마음이다. 표심(票心)을 설득하기도, 또 향방을 가늠하기도 너무 힘들다고 한탄들 하지만 그 만큼 쉽게 넘어가지 않는 게 표심이다.

공정한 절차를 거쳐 상대방이 승복하는 공천을 따냈다면 누구 하나 시비할 일이 못된다.

금품수수 의혹의 주인공으로 낙인찍혀 정치적으로 매장되기 보다는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에 대해 더 고민하는 게 낳지 않을까 해서다.

이를테면 자기가 약속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는 것이다.

아니면 애당초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거나,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면 자신의 언행 불일치를 솔직히 밝히는 것은 어떨까.

정치인과 정자의 공통점은 사람되기가 극히 희박하다거나, 정치인과 거지의 공통점은 때만 되면 ‘도와 줍쇼’하고 조른다는 우수갯소리가 새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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