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바라보는 황금녀씨 제주어 동시집 펴내 화제
팔순 바라보는 황금녀씨 제주어 동시집 펴내 화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어린 세대들 제주어 모르는 것 안타까움에 시집 발간
팔순을 바라보고 있는 황금녀씨가 최근 펴낸 제주어 동시집이자 4번째 시집 책인 ‘고른베기’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제주어는 우리말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멋있고 아름다운 언어입니다. 아래아, 쌍아래아 등 한글 창제 당시의 중세 국어를 지금도 일상생활에서 쓰고 있는 유일한 언어죠.”

제주어 동시집 ‘고른베기’(도서출판 각·160쪽)를 펴낸 황금녀씨(77·제주시 연동)는 사라져가는 제주어를 잘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동시집을 펴냈다.

손자들은 물론 자라나는 세대들이 제주어를 모르는 것에 안타까움이 들어서다. 후대들이 아름다운 제주어를 사랑하고 지킴이로 성장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시집에 녹아 있다.

그의 4번째 시집 ‘고른베기’는 아이들의 힘겨루기를 뜻한다. 장난치고 노는 아이들의 자라나는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제목으로 골랐다.

책에는 제주어가 오래도록 보존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아 제주의 전통놀이와 풍경, 제주의 삶과 문화를 그려냈다.

75편의 시에는 그가 직접 그린 삽화도 넣었다. 오른쪽 페이지에는 이해를 돕기 위해 표준어 풀이를 써 놓았다.

더 나아가 저자의 육성이 담긴 시낭송 CD도 수록했다. 부제 그대로 ‘할머니가 손자에게 들려주는 동시’를 들을 수 있도록 했다.

‘들꼿살이’ 시에는 생명의 귀중함이 ‘조냥정신’에는 서로 돕고 아끼는 마음을 표현했다.

또 ‘사또놀이 할 때 부르던 노래’, ‘곱을락(숨바꼭질)’과 말잇기 놀이, ‘애기구덕 흥글멍(아기구덕 흔들면서’ 등 전통놀이와 제주의 옛 동요는 요즘 아이들도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이야기 보따리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조천읍 함덕리가 고향인 그는 신성여고에 합격을 했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고등학교에 다니질 못했다.

시와 수필을 좋아하던 문학 소녀는 1960년 MBC 창사 기념 문예공모에서 함덕리에서 일어났던 4·3수기를 응모해 당선이 됐다.

PD 2명이 그의 육성을 녹음한 후 드라마로 제작하기 위해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왔다.

“그 때 녹음기라는 것을 처음 봤죠. 제 육성을 녹음한 PD들은 드라마를 만들게 되면 연락을 주겠다는 데 소식이 없는 거예요.

나중에 알고 보니 당시 4·3을 다루는 것은 금기 시 되면서 제가 쓴 수기도 묻히게 됐죠.”

2남 4녀를 키우다 보니 작품활동을 하지 않았던 그는 10년 전부터 다시 펜을 잡았다.

현재 창조문예 회원이자 제주어보존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머리에 하얀 서리가 내린 할머니가 됐지만 왕성한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4년 기독여성 문예공모에서 시 부문 대상을 받았다. 이어 2007년 5월 ‘주님 뵈올 날 늴모리 동동’, 2010년 12월 ‘나 모옴에 불소암서 마씀’(내 마음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등 제주어 시집을 출간했다.

이 작품에는 ‘아래아’ 발음 표기를 영어로 병기해 놓았다. 점차 사라져가는 제주어에 대해 아래아 발음을 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아래아 발음이 사라질까봐 염려돼 발음 표기를 해 놓은 것이다.

시집을 내고 이를 손자들에게 들려주면서 중학교 3학년인 그의 손자 우반석군(15)은 웬만한 제주어는 알아듣고 쓸 수 있게 됐다.

그는 “2010년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인 4단계로 보면서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며 “5단계에 접어들면 제주어가 사라지는 상황인 만큼 각계에서 제주어 보전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그는 “요즘 학교에서 제주어로 숙제를 내고 퀴즈 및 연극대회를 열고 있는데 언론사에서 제주어에 대한 코너를 자주 마련해 줬으면 한다”며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