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부숙퇴비만 사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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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이나 퇴비 공급기관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부숙되지 않은 퇴비를 사용하면 결함이 있는 차를 운전하다가 사고가 나는 것처럼 농사를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불량퇴비에 의한 피해는 말로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충남 천안, 경기 고양, 포천, 화성, 평택, 경남 고성, 전북 익산, 인천 경서동 등 매년 불량퇴비 피해가 보고된다.

제주에서 피해는 오등동에서 16만 평을 임대해 더덕농사를 지었던 장모씨를 비롯한 17개 농가가 대표적이다. 불량퇴비 때문에 집과 자동차를 차압당하고 빚더미에 올랐으니 잘못 선택한 불량퇴비 때문에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받은 것이다.

과거처럼 중금속이 함유된 불량퇴비는 많이 줄어들었다. 새롭게 고개를 드는 불량퇴비는 바로 부숙이 되지 않은 미부숙 퇴비이다.

김치, 된장, 고추장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발효식품이다. 잘 부숙된 퇴비는 작물이 좋아하는 발효식품이다. 부숙된 퇴비는 마치 김치, 된장처럼 식물에 좋은 효과를 낸다. 그러나 부숙이 되지 않은 퇴비는 마치 썩은 김치, 부패된 된장과도 같다. 부숙되지 않은 퇴비를 농사에 사용하는 것은 사람이 부패된 김치나 된장을 먹이는 것과 같다.

미부숙 퇴비를 사용했을 때 가장 큰 위험은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하는 것이다. 암모니아 가스는 식물에 청산가리와 같은 독가스이다. 잎에 닿으면 잎이 말라죽는다. 뿌리에 닿으면 뿌리가 죽는다.

수세가 좋아야 되는 한라봉에 미부숙퇴비를 사용한다면 뿌리가 빨리 죽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딸기 재배에 미부숙 퇴비를 사용했다면 잎이 말라서 비틀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부숙되지 않은 퇴비는 병원균의 온상이다. 퇴비는 부숙과정에서 온도가 70℃ 가까이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가면 퇴비 원료에 들어있던 병원균이 죽는다. 반대로 부숙되지 않은 퇴비는 병원균이 그대로 살아 있다가 옮겨가서 병을 일으킬 수 있다.

퇴비를 주는 것은 작물에 양분을 주기 위한 것이다. 부숙된 퇴비는 작물에 좋은 양분을 토양으로 내놓고 작물이 그 양분들을 흡수한다.

그러나 부숙되지 않은 퇴비는 오히려 토양에 있는 양분을 빨아들인다. 작물에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주는 퇴비가 작물이 흡수할 양분을 빼앗아 먹는 것이다.

2005년도에 생산된 퇴비의 양은 290만t에 달한다. 이 중에 200만 t이 판매되었다면 20㎏ 기준으로 무려 1억만 포대가 농민이 사용한 것이다. 제주에서 사용하는 퇴비의 양을 전국의 5%라고 한다면 무려 5백만 포대가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 중에 어느 정도가 미부숙 퇴비인지는 알 수가 없다. 부숙도를 측정하지 않고 농민에게 공급되었기 때문이다.

올해에 유기질비료를 포함하여 퇴비에 420억원의 정부보조사업이 이루어진다. 부숙이 잘 된 퇴비에 정부보조가 이루어진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미부숙퇴비에 정부보조가 이루어진다면 불량품에 정부가 보조해주는 것이 된다.

2002년 이후 모든 상품에는 제조물책임법(PL법, Product Liability)이 적용된다. 구입한 상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제조업자뿐만 아니라 판매업자도 책임을 져야 하는 법이다.

과거에는 미부숙 퇴비에 의해 피해를 입어도 퇴비 제조업자에게만 피해보상을 물을 수 있었다. 이제는 미부숙 퇴비를 판매한 농협도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일은 문제가 생기기 이전에 대비를 해야 한다. 농민은 퇴비를 구입할 때 부숙이 되었는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퇴비를 공급하는 업자나 농협도 완전히 부숙된 퇴비만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현해남 제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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