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자본에 의해 건립된 첫 민간호텔 '제주관광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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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 당시 고위층 인사 머물러...박정희 대통령도 투숙
1946년 8월 제주를 방문한 미국 시카고 트리뷴지의 여기자는 ‘신비에 쌓인 제주도’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쓰면서 제주 관광의 잠재력을 소개한 바 있다.

4·3으로 입산이 금지됐던 한라산이 1954년 전면 개방된 이후 관광안내소(1955년)가 생기고, 여객기가 취항(1958년)하면서 제주 관광은 태동기를 맞이했다.

제주 관광의 도약기인 1963년 10월 13일 문을 연 제주관광호텔(현 호텔하니크라운)은 도내에서 처음으로 민간 자본에 의해 건립된 민간 호텔로 관광산업 발전의 초석을 마련했다.

당시 여행객을 위한 숙박시설은 제주시 관덕정 뒤편 탐라여관이 유일했다. 1959년 오픈한 국영호텔인 서귀포관광호텔은 객실이 8실에 불과했고, 고위 공무원 및 군인들이 주 고객이었다.

현대식 호텔 건립은 1962년 김영관 도지사가 부임하면서 착수됐다. 앞서 일본에 출향한 제주 출신 인사들이 재일제주개발협회를 구성했고, 이사장을 맡은 김평진씨가 1961년 고향을 방문했다.

김 지사는 이 기회를 살려 박정희 최고회의 의장과 김평진 이사장의 만남을 주선해 호텔 건립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삼성혈 서쪽에 건립 부지가 확정되자 1962년 10월 17일 기공식이 열렸다.

김평진 이사장은 당시 돈으로 3000여 만원을 들여 연면적 2430㎡(734평)에 지상 3층, 지하 1층의 호텔을 건립했다. 귀빈실 2실과 서양실(침대) 16실, 한실과 일본실 12실 등 모두 30실의 객실을 갖췄다.

착공한 지 1년 만에 문을 연 제주관광호텔은 제주 출신 재일교포의 첫 투자로 꼽히게 됐다.

제주 숙박업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공로로 김평진 이사장은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았다.

한·일 국교 수립(1965년) 이전이었지만 호텔 건립을 계기로 재일교포들이 제주를 방문하고, 발전기금을 지원하는 등 고향 투자에 물꼬를 트게 됐다.

김 지사는 매일 아침 현장으로 출근해 공사를 감독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호텔 개관식에는 김 지사를 비롯해 각급 기관장과 도민 1000여 명이 참석해 축하를 했다.

이 때 참석한 일부 인사들은 안이 훤히 보이는 유리문을 문으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들어가다가 부딪히는 웃지못할 일들이 벌어졌다.

제주를 방문하면 으레 도지사 공관에 묵어야 했던 박정희 대통령도 제주관광호텔을 자주 찾았다. 이 호텔 정문에는 1964년 3월 15일 박 대통령 ‘유숙(留宿) 기념’ 현판이 걸려 있다.

박 대통령은 2층 201호 귀빈실(특실)에 머물렀으며, 방문에 앞서 경호원 20여 명이 선발대로 내려와 호텔에서 경비를 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관광호텔은 제주 출신 1세대 건축가로 제주시민회관을 설계한 김태식 교수가 맡았다.

L자형으로 배치된 호텔은 전체적으로 수평성을 강조했고 정면 왼쪽의 굴뚝은 연통이라는 본래의 기능뿐만 아니라 박스 형태의 단조로움을 깨뜨리며 악센트를 주는 포인트가 됐다.

호텔 안쪽에는 정원이 있어 커피숍과 식당을 아늑하게 만들고 있다. 호텔은 개관한 이후 수익사업으로 2층에 ‘하니 카바레’와 ‘탐라의 집’ 요정이 운영되기도 했다.

1963년 당시에는 현대식 호텔이어지만 일반 관광객은 그리 많지 않았다. 고위 공직자와 국회의원, 외국에서 온 사절단이 주로 머물렀다. 빈곤한 시절인 만큼 신혼부부가 투숙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제주관광호텔 건립은 제2, 제3의 민영호텔이 잇따라 들어서는 신호탄이 됐다. 1970년까지 도내에는 모두 5개의 관광호텔이 자리를 잡게 됐다.

이런 가운데 1974년 2월 당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지상 18층의 제주KAL호텔이 개관하면서 숙박업의 대형화와 고급화가 진행됐다.

이후 제주시지역은 거대한 숙박단지로 변모해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 하게 됐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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