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실성 없는 범죄피해자구조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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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본적인 국가의 임무는 두말할 필요 없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일이다.

따라서 민생치안은 국가의 책무다.

국민이 각종 범죄로 목숨을 빼앗기거나 중장해를 입었을 경우 국가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이다.

국민이 세금을 내는 것은 이를 보장받고자 함이다.

범죄의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국가가 일정한 경제적 원조를 제공하는 범죄피해 보상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를 복지국가의 의무로 인식해 1988년 7월부터 범죄피해자구조법이 시행되고 있다.

그러나 법만 있으면 뭘 하나.

보도에 따르면 이 범죄피해자구조법이 현실성이 떨어져 개정이 시급하다고 한다.

우선 구조금이 턱없이 부족하다.

피해자가 사망할 경우 유족에게 주는 구조금은 최대 1000만원이다.

또 1∼3급 장애를 입었을 경우 300만∼600만원을 지급할 수 있게 돼 있다.

그러나 장애등급이 4∼14급까지는 구조금을 주지 않는다.

이러니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 말로만 생색을 낸다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사흘 굶은 사람에게 알사탕 하나 주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이런 구조금 액수를 정한 것은 1991년이다. 15년이 지나도록 그 액수 그대로라면 현실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법무부가 지난달 28일 이 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이와 관련한 내용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법무부는 헌법상 인정되는 범죄피해구조제도가 엄격한 구조요건 때문에 혜택을 받는 대상자의 범위가 좁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이 개정령(안)에 구조요건을 완화하고 구조대상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하는데, 그 점은 옳은 방향이다.

그렇지만 구조대상자 범위를 확대할 생각이라면 구조금을 현실화하고 장애등급도 1∼3급으로 제한하지 말아야 그 취지가 살아날 게 아닌가.

법무부가 오는 18일까지 이 개정령(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받고 있다니, 이 점 유의해주기 바란다.

법 제정의 근본 취지를 정확히 살려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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