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시장 ·군수들의 이합집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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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1 지방선거 후보등록이 시작되면서 도지사 후보와 시장 ·군수들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이 점입가경이다.

소신과 신념은 온데 간데 없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 적이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 적이 될 뿐이다.

이들 시장 ·군수들은 나름대로의 명분과 이유를 달고 있으나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하는 도민은 단 한 명도 없다.

개인의 이익을 쫓은 ‘정치적 짝짓기’로 인해 헤쳐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합집산의 뜻을 ‘이로우면 모이고 이익이 다하면 흩어지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촌철살인(寸鐵殺人)같은 비유다.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 때 한 목소리로 기초자치단체 폐지를 반대하며 굳건하게 동지적 입장을 보였던 그들이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 실리를 찾아 여기 저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

강기권 남제주군수가 16일 기자회견을 갖고 군수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그는 또 18일 한나라당 현명관 도지사 후보 캠프에 서귀포 행정시장 후보로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불과 얼마 전 “남제주군이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6월 30일에 군기를 직접 내리겠다”고 했던 군민들과의 약속을 무참히 깨버렸다.

특히 지난 8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하면서 “이번 지방선거에서 특정 후보와 손잡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던 것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버렸다.

엊그제 열린우리당 입당 파동으로 김태환 무소속 도지사 후보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것을 강 군수만 잊어버린 것일까.

행정구조개편과 관련, 강 군수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했던 김영훈 전 제주시장은 한나라당을 탈당한 후 지난 15일 시장직을 사퇴, 김태환 후보 진영으로 들어갔다.

김 전 시장도 김 후보 진영의 제주시 행정시장 예고대상자다.

김 전 시장은 “통합시의 공무원들이 불안해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합류했다”고 밝히고 있으나 영 개운치가 않다.

행정구조개편 주민투표 때 김 후보와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웠다가 후보등록을 앞두고 합헌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렸기 때문이다.

행정구조개편 반대를 주도했던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도 한나라당 현 후보 진영의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다.

강 전 시장의 경우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 경선에 참여하기 위해 시장직을 사퇴했기 때문에 강 군수나 김 전 시장에 비해 비난의 소지는 적다.

하지만 강 전 시장도 경선 과정에서 불공정 경선을 수차례 제기하고 현 후보에 대해 인신공격을 서슴치 않다가 ‘경선 승복’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선대본부장직을 수락, 뒷맛이 씁쓸하다.

강 전 시장도 현 후보 진영의 유력한 제주시 행정시장 예고대상자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도민에 의해 선출된 3명의 시장 ·군수가 모두 현직에서 물러남으로써 제주도는 사상 초유로 도와 시 ·군 할 것 없이 자치단체장 권한대행 체제를 겪게 됐다.

여기에 기초자치단체가 폐지됨으로써 현직 시장 ·군수들이 갈 길이 없지 않느냐고 항변할 수도 있으나 이 또한 얄팍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춰 도민들의 자치역량을 제고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할 시장 ·군수들이 자신들의 명리(名利)만을 쫓는다는 도민들의 냉엄한 질책과 따가운 눈총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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