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전복죽
<춘하추동>전복죽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조선 세종 때 기건 목사가 제주에 부임해 왔다. 청백리로 알려진 기건 목사는 처음으로 한겨울에 섬을 뱅 돌며 순력을 했다. 소위 초도순시다.

눈보라가 하늬바람에 매섭게 휘몰아치던 날, 어느 바닷가 마을에서 거의 발가벗은 여인들이 떼를 지어 시퍼런 바닷물 속으로 풍덩풍덩 뛰어 드는 광경을 목격했다. 해녀에 대한 아무런 예비지식도 없었던 목사로서는 너무 충격적이었다.

“어허, 이것 참 큰일이로구나. 이 엄동설한에 발가벗고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다니.”

이윽고 기건 목사는 수행한 아전들로부터 해녀의 삶을 묵묵히 듣었다.

“그럼 내가 아침 저녁으로 먹는 전복, 소라가 저처럼 쓰라리고 신명을 걸어 채취된단 말이냐. 오늘 저녁부터 내 밥상에는 절대 저들이 목숨바쳐 캔 전복이든, 소라든 올리지 말아다오. 내 염치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도다.”

이런 인연으로 그는 도백으로 재임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한평생을 해녀들이 캔 해산물은 일절 입에 대지 않았다고 한다. ‘제주의 해녀’(제주도 刊)에 나오는 이야기다.

▲지금은 흔한 것이 전복이지만 예부터 제주의 전복은 제주여성들의 강인한 삶을 대변하며 경제활동의 중요한 수단이었다. 전복은 바위에 붙어서 갈색조류를 먹이로 하기 때문에 창자에서 해조류의 독특한 냄새가 나고 맛도 별나다.

요리를 하는 방법이 다양하지만 널리 알려 진 것이 전복죽이다. 전복죽은 처음에 솥에 중간 불을 얹고 먼저 참기름을 조금 치고 전복 썬 것을 볶다가 쌀을 넣어 같이 볶는다. 한참 볶다가 물을 붓고 약간 센 불에 끓여 죽이 끓이면 눌지 않도록 나무주걱으로 잘 젓고 불을 약하게 줄여 30분 정도 있다 소금이나 간장으로 간을 맞추면 된다.

▲제주 5 ·31지방선거에서 이 전복죽을 둘러싸고 설왕설래 말들이 많다. 지난 3월 27일 제주도선관위는 제주시내 한 음식점에서 고위공직자 출신과 도지사 예비후보 등 30여 명이 전복죽 식사 회동을 하고 있는 것을 적발해 모임을 주선한 후보 자원봉사자를 검찰에 고발조치했다. 이에 김영훈 제주시장이 15일 퇴임기자회견에서 “탑동 전복죽 사건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아 ‘자기들끼리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며 “그 때 탈당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전복죽 한 그릇이 오랫동안 몸담았던 당을 탈당해 경쟁후보를 지원하는 계기가 된 순간이다. 이쯤되면 전복이 한마디 거들지 않을까. “니들이 전복죽 맛이나 알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