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장하다! 제주의 산사나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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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9월 15일 12시50분.

히말라야 고봉 설원의 적막을 깨고 ‘한국 산악계의 전설’인 제주출신 고상돈 대원(1948∼1979)의 가슴 벅찬 목소리가 무전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여기는 정상, 여기는 정상,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정상에 우뚝 서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그 소리가 29년 만에 다시 제주의 산사나이들에 의해 감격 속에 세계만방에 울려 퍼졌다.

먼저 지난 11일 오후 2시50분. 오희준 대원(영천산악회)이 세계 최초로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박영석 에베레스트 횡단 등정대의 일원으로 정상에 섰다.

이어 지난 16일 오전 10시20분과 11시30분. 대한산악연맹 제주도연맹 소속 정상수 ·김대량 ·김민호 대원과 한국설암산악회 고경만 대원이 정상에 올라 제주도기를 꽂았다.

영하 30도를 넘는 혹한, 초속 수십m의 강풍과 눈보라, 평균 경사도 90도에 가까운 설벽 지대도 끝내 이들을 굴복시킬 수는 없었던 것이다.

장하다. 고상돈 대원의 자랑스러운 후배들로서, 한국인 특히 제주인의 불굴의 도전정신과 목표 달성을 향한 굳건한 의지, 강인한 체력을 지구촌에 과시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번 등정은 순수 제주 산악인만으로 수년에 걸친 맹훈 끝에 이뤄낸 결실이기에 이미가 더욱 각별하고 크다.

특히 단일산악회로 등정에 나선 한국설암산악회는 1992년 창립 20주년 등정시 랑탕리룽(7234m) 정상 정복 후 하산도중 눈사태로 실종된 고(故) 김진현 대원(당시 26세)과의 약속을 지켰다는 점에서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 이들의 등정 성공은 21세기 제주산악사에 위대한 도전과 성취로 기록될 것이다. 세계 속의 제주인으로써 자긍심이 뿌듯해 진다.

무엇보다 우리 젊은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러일으킨다.

도전과 열정과 강인함을 도민적 자산으로 발전 승화시킬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다.

이를 통해 제주사회는 활력을 되찾고 도민통합의 계기로 삼아 나가야 한다.

‘1%의 가능성만 있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산악인들만의 신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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