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농가가 웃어야 제주도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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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창구. 한국문학정신 문인협회 제주지부 총회장 / 소설가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앞두고 정부에서는 한중 FTA를 조속히 타결해야 한다며 분위기 잡기에 열심인 것 같다. 2011년 7월 1일부터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문이 잉크도 마르기 전에 한미 FTA가 타결 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농업분야에서 향후 15년 동안 한?유럽 FTA로 연평균 1776억원, 한미 FTA로 연평균 6698억원의 생산액 감소가 예상된다고 경제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한중 FTA는 국내 농업 총생산액의 감소뿐 아니라 농민들의 삶에도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것이다. 미국과 EU에 이어 중국과 FTA가 체결된다면 국내 농업은 전면적인 무장해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지리적 인접성, 생산과 소비의 유사성, 광대한 농지, 저렴한 인건비의 노동력은 어마어마하다. 중국은 높은 가격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재도 우리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고 본다. 한중 FTA로 향후 10년 안에 대한민국 320만 농민 중에서 농업 총생산액의 약 20%에 해당하는 농민들이 실업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중 FTA는 제주도 입장에서는 감귤농가의 존폐가 달린 큰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FTA 체결로 농업시장이 전면 개방되면 제주도의 생명산업인 감귤은 물론 밭작물의 피해는 치명적이어서 제주농업을 거덜나게 할 수 있다. 감귤과 무, 양배추, 당근, 마늘, 양파, 배추, 콩, 감자 등 제주 주요 작물의 가격은 중국보다 약 3배 이상 비싸다. 가격 경쟁력으로는 중국산에 맞선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이처럼 중국과 FTA가 체결된다면 그 피해의 폭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진다고 본다. 궁극적으로 관세 철폐는 대형 유통업체와 수입업자들에게는 매력적인 요소가 되어 배부르겠지만 농민에게는 독약을 마시라는 것과 다름없다.

무엇보다 제주의 주력 농산물인 감귤만이라도 FTA 협상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그래야 제주농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제주도정, 농협, 농업단체, 농업인 등의 지혜와 역량을 총결집하여 제외 품목을 최대화하는 협상 전략과 그 근거 확보가 시급하다고 본다.

정부는 농업의 희생으로 한국의 오늘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1960~1970년대 산업노동자는 거의 농촌 출신이었다. 이들을 저임금으로 부리기 위해 농촌의 피폐가 의도적으로 방치되었다. 그 책임에 눈을 감고 있으며 여전히 농민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 보조금 지급도 세계적 관행임을 애써 부정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를 빼곤 거의 전 세계 주요 국가는 우리보다 많은 액수의 농업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만 주는 게 아니다. 왜 주는 걸까. 우리에겐 천덕꾸러기에 불과한 농업을 왜 선진국은 보물단지 모시듯 하는가. 그 이유를 모르니 참된 농정이 있을 수 없다고 본다. 식량이 안보임을 절감할 날이 머지않았다. 농업이 흔들리면 민중의 삶이 무너진다. 농업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한중 FTA를 미루고 농촌의 자생력을 키우고, 농업을 창조산업으로 발전시킬 묘안을 찾아야 한다.

제주의 많은 농민들은 농사를 천직으로 여기고 가족의 행복 만들기로 보람을 찾는다. 이러한 정서와 여건은 향후에도 크게 바뀔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속 편하게 공산품 팔아 농산물을 수입하겠다는 발상은 국가의 멸망을 자초하는 것밖에 아니라는 말이다. 요즘 제주 감귤농가는 활력을 잃고 실로 우울하고 암담하다.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농가가 웃어야 제주도가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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