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칭찬 선거 불가능한가?
<춘하추동>칭찬 선거 불가능한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페이스북
  • 제주의뉴스
  • 제주여행
  • 네이버포스트
  • 카카오채널

다산 정약용이 낙향해 한가롭게 지낼 때의 일화다.

다산은 친지들과 정자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술이 거나해지자, “누구누구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권세와 명예를 거머쥐었으니 분통이 터질 일”이라고 한탄했다.

그러자 다산은 벌떡 일어나 “사람은 품평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벌주를 드린다”고 상대에게 술을 권했다.

얼마 지나자 또 어떤 이가 “저 말은 짐도 지지 못하면서 꼴과 콩만 축내는 구나”고 혀를 끌끌 찼다.

다산은 또 일어서 “짐승에게도 (말을 알아듣기 때문에) 품평해선 안 된다”며 그에게 벌주를 따랐다.

그러자 함께 자리한 사람들이 “그대의 정자에서 놀기가 참 힘들다”며 “이곳에선 입을 꿰매고 혀를 묶어야겠다”고 핀잔을 줬다.

다산은 웃으면서 “종일토록 품평해도 화낼 줄 모르는 것이 있다”며 주변에 있는 바위를 실컷 자랑한 뒤 “입을 묶어둘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좌중의 한 사람이 “화낼 줄 모르기 때문에 바위에 대해서 자유롭게 품평할 수 있느냐”고 묻자, 다산은 “저는 바위에게 칭찬만 하였지, 언제 모욕을 주거나 불손하게 말한 적이 있었습니까”라는 말로 참된 품평은 칭찬에 있음을 강조했다.

이 일화로 이 정자는 ‘바위마저도 칭찬해야 한다’는 의미의 품석정(品石亭)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다산은 자신의 일기에서 이를 소개하며, 다음과 같은 토를 달았다.

“남을 품평하는 것은 참으로 쓸모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남을 평가하느라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5 ·31 지방선거운동이 본격화됐다. 거리마다 후보의 유세로 넘쳐난다. 대부분의 유세는 상대후보를 평가 절하하는 내용이다.

상대를 검증하는 의미의 평가는 불가피하겠지만, 깎아내려 득을 보자는 수법이 횡행하다.

공격당한 상대도 더욱 날을 세우니 선거전이 거의 싸움질 수준으로 변하고 있다.

도지사후보 TV정책토론회도 비슷한 행태로 진행되고 있어 아쉽다.

아마 귀와 눈을 막고 싶은 유권자들이 상당할 것이다.

칭찬 선거 불가능한 일인가.

후손들을 보는 다산의 마음은 착잡할 것 같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