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 명창 권미숙과 제주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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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수. 前 제주예총회장 / 시인
2005년 3월 9일, 얼추 8년이나 지난 일이다. 우연찮게 양중해씨(작고, 당시 전국문화원제주회장)를 따라 어떤 행사에 무작정 따라간 일이 있었다. 누가 하는 무슨 행사인지도 모른 채 무작정 찾아간 곳은 노형동에 있는 모 아파트 뒤쪽 여염집이었다.

한글 글씨로 내려 쓴 8폭 병풍으로 치장한 안방엔 놀랍게도 TV브라운관에서나 볼 수 있던 풍채 좋고 걸쭉한 목소리의 전국명창 조상현씨가 앉아있었고, 그 옆에 집주인인 중년 여인이 화사한 한복차림으로 앉아서 인사소개를 하고 있었다. 조상현씨는 중년 여인의 은사이면서 ㈔한국 판소리보존회 이사장으로 소개되었고, 또 그 중년 여인은 ‘한국판소리보존회제주지부’ 초대 지부장 권미숙이었다. 수인사가 끝나자 좌중의 화제는 단연 한국 판소리의 세계 무형문화유산 등재(2005년 11월)에 따른 덕담들이었다.

잠시 후 본 행사가 식순에 따라 척척 진행 됐다. 전국문화원제주회장의 축사와 한국 판소리 보존회 이사장의 격려사가 이어졌고 테이프 커팅, 축하공연 등이 진행됐다. 드디어 판소리의 불모지인 제주 땅에 판소리의 첫 고고지성(呱呱之聲)이 울려 퍼지는 감격스러운 장면이 연출됐다.

권미숙 명창은 조상현 명창에게 강산제 수궁가를 사사 받고, 강산제 심청가를 전수 받았다. 김수연 명창에게는 김세종제 춘향가와 박초월제 흥보가, 그리고 남도민요를 사사 받았다. 뿐만 아니라 판소리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등 3바탕을 완창해 그의 명성은 오히려 중앙과 육지부의 판소리계에 회자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날아든 팸플릿이 필자의 시선을 확 잡아끌었다. ‘권미숙의 창작곡 제주아리랑과 육자배기 발표회(2013년 6월 1일)’가 열린다는 것이다. 그간 후학 양성과 저변 확대에 혼신의 힘을 쏟아온 권명창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갖은 어려움을 딛고, 현판식 8년 만에 제주도민에게 큰 선물을 안겨줄 작정을 한 모양이다.

정선 아리랑, 진도 아리랑, 밀양 아리랑 등 3대 아리랑을 비롯해서 대한민국 방방곡곡에서 뿌리 내리고 구전돼 온 아리랑은 남북한을 통틀어 약 60여 종 3600 여수이고, 전해지는 가사만도 8000여 종에 이른다고 한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향토성 뿐 아니라 민요에서 가곡으로, 또다시 대중가요로 끝없이 변모하고 재생산되는 가변성과 특히 남북한을 넘어 해외동포까지 아우르는 아리랑의 민족성을 독특한 장점으로 인정받아 ‘유네스코 인류 무형유산’으로 등재돼(2012년 12월 6일) 판소리에 이은 겹경사까지 따낸 마당이다.

그런 아리랑이 민요의 고장 제주에만 없었다니 이해가 안 된다. 아무리 절해고도여도 ‘아리랑’이 스며들지 못할 정도로 단절된 것은 아니었다, 그 많은 제주의 창민요(唱民謠) 등이 입증해 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제주의 대표적인 민요 ‘오돌또기’만 해도 한 본토의 ‘흥부가’나 ‘가루지기타령’ 등의 삽입 가요와 흡사한 점, 또 경기도의 ‘오돌독’, 강릉의 ‘오독떼기’ 등의 비슷한 노래이름이 상존하고 있다는 사실 등이 그것이다.

‘창작곡 ‘제주아리랑’은 지난 연말 저희 발표회에 모신 김수연 선생님과 도일주를 하던 중에 아리랑 얘기가 나와 “영천도 아리랑이 있다더마, 자네! 제주도도 아리랑이 있는가?” 하셨습니다. 3초 만에 제가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다음 날 선생님을 배웅하고 돌아오는 공항로에서부터 ‘제주아리랑’을 품고 5일 밤낮을 뒹굴었습니다.’-‘제주아리랑과 육자배기 발표회’팸플릿 ‘모시는 글’에서.

제주민요 ‘영주십경가’는 당대의 소리꾼 김주옥씨(작고, 前 한국 국악협회제주도지부장)가 제주무속민요 서우제소리 곡에 가사를 지어 부른 것인데 독립민요로 발전했다. 권미숙 창작민요 ‘제주아리랑’도 구전민요 못지 않게 날로 확산 발전하기를 빌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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