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주택가 이면도로나 동네 골목길이라면 으레 좁은 통로변에 얌체처럼 주차된 차량이 한 두 대씩 있다. 이렇게 세워진 불법 주·정차 차량이 소방차의 신속한 현장도착을 방해하는 주범이 되고 있어, 화재진압과 긴급구조대책을 수립하는 소방서로서는 크나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구체적인 통계를 예로 들어 살펴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제주도민이 보유하고 있는 차량은 총 213,310대이다. 도민 2.6명당 차량 한 대를 보유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인구 당 차량 비율로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렇듯 차량증가로 인하여 자연스럽게 유발되고 있는 불법 주·정차는 날로 증가하는 자동차 수에 반하여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로 인해 갈수록 그 문제가 증폭되고 있다.
또 도로교통법에서는 소화전등을 기준으로 5m이내에는 주차를 금지 하도록 하고 있으며, 이는 화재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소방용수 확보를 위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규정이 잘 지켜지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이 법을 알고 있는 사람도 많지않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비단 화재 현장에서의 문제뿐만 아니라 구조·급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신속한 현장도착이야말로 긴급환자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열쇠이며, 신속?정확한 구조 활동의 가장 중요한 기본요건이다. 말 그대로 ‘당신이 주차하고 잠든 사이에’ 나와 내 가족이, 내 이웃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것이다.
소방통로상 불법 주정차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안전의식의 결여로부터 생겨나는 결과이다. “나하나 쯤이야”하는 불법 주정차는 단순히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함께 합심해버려 주변에 더 많은 불법 주정차량을 양산케 하고 있다. 결국 한 개인의 부주의한 행동이 더 큰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어 버리는 결과를 낳는 셈이다.
이러한 소방통로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소방관서의 지도·단속이 계속되고 있으나, 소방통로 공간을 24시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즉 도민 스스로가 소방통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인 행동을 펼쳐야 할 것이다. 오는 7월 특별자치도 출범에 걸맞는 도민의 시민의식을 보여줄 때이다.
<현광명·제주소방서 방호조사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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