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제1차 공식협상’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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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1 지방선거’가 며칠 남지 않았지만 솔직히 필자의 신경은 요즘 온통 딴 데로 쏠려있다. 지지도에 연연하는 여당에 연민을 느껴서도 아니고, 제 역할을 다 못하는 야당이 미워서도 아니다. 다만 한 가지 미래의 한국 정치를 짊어지고 가야할 정치 신인들이 모두 ‘그 나물에 그 밥’이라고 싸잡아 매도되는 현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지만, 멀리 생각하면 그 점 또한 곧 제자리를 찾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필자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다. 정작 필자의 근심은 우리 제주국제자유도시의 향후 20년의 방향, 더 멀리는 나라 살림의 100년 성쇠를 좌우할 ‘한-미 FTA 제1차 공식협상’이 열흘 후로 임박했다는 데서 기인한다.

오는 6월 5일 개시되는 ‘제1차 공식협상’을 앞두고 졸속 협상이니 준비 결여니 항간의 갑론을박이 현재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상식으로는 한 나라의 정부가 어디 국가 경제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다루고 있겠는가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많다. 언필칭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이라 불리는 이 중차대한 협정을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TPA)법’이 2007년 6월 만료되기 때문에 그 ‘시간표’에 맞춰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니 이 점만은 아무리 정치경제에 어두운 사람이라도 기가 막힐 대목이다. 더구나 관련 정보의 공개를 꺼리는 이 즈음에서 듣자면 그간 준비 기간이 길었다는 말도 궁색하기는 매 한 가지다.

사실 정부 측의 주장대로 한-미 양국 간 FTA 체결 이후 한국 경제의 전망이 전연 어두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2만불 시대’를 더욱 앞당길 수도 있을 터이다. 일례로 중국과 일본이 당분간 미국과 FTA를 체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한-미 FTA의 효과는 클 것이 뻔하다. 다시 말해 FTA 체결 이후 미국시장을 우리가 주요 경쟁국보다 선점하게 되면 최근 들어 계속 약화되어 온 미국 시장 내 우리 기업의 입지가 획기적으로 강화될 뿐 아니라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들 간의 전략적 제휴 확대를 통해 양국 산업계가 공존하는 토양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의 산업 구조상 이 점은 국가 경제에 오히려 큰 보탬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핸드폰을 식량으로 살아 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이며, 늘 미국 영화만을 보고 살 수 없는 한국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도시의 빌딩에서 핸드폰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는 월급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캘리포니아오렌지를 사먹을 수 있겠지만,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제주감귤을 재배하는 농민은 무엇으로 핸드폰을 사고 밥을 사먹을 것인가? 재미있는 미국영화 한두 편만 상륙하면 80%를 웃도는 관객을 죄다 빼앗긴 나머지 ‘고두심’ 언니들이 영화를 못 찍는다면 과연 우리들은 평생 동안 어느 나라 영화를 봐야 한단 말인가? 결국 우리끼리만 살 수 없는 세계 경제의 현실에서 요체는 산업 부문간 선택과 보조를 전제로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주는 대타협의 지혜라 하겠다.

일단 코앞에 닥친 선거는 선거대로 잘 치르고, 지체 없이 합심하여 농업, 교육, 의료, 관광문화산업의 100년 발전에 지속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한-미 FTA 체결’에 공전(空前)의 관심을 두자. 문제는 ‘한-미 FTA 체결 추진’ 과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장기간의 토론을 통해, 놓을 것과 놓지 말아야 할 것을 지혜롭게 분별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외교안보적인 측면을 뒷받침한 외교통상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관련 문서를 포함하여 ‘한-미 FTA 제1차 공식 협상’ 준비 과정에서 작성되고 교환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터이다.<신의경 제주한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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