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5일 개시되는 ‘제1차 공식협상’을 앞두고 졸속 협상이니 준비 결여니 항간의 갑론을박이 현재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경제학 전문가가 아닌 필자의 상식으로는 한 나라의 정부가 어디 국가 경제를 그렇게 아무렇게나 다루고 있겠는가 싶을 뿐이다. 하지만 이해되지 않는 점은 많다. 언필칭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경제협정’이라 불리는 이 중차대한 협정을 미국의 이른바 ‘무역촉진권한(TPA)법’이 2007년 6월 만료되기 때문에 그 ‘시간표’에 맞춰 1년 안에 협상을 마무리 짓겠다고 한다니 이 점만은 아무리 정치경제에 어두운 사람이라도 기가 막힐 대목이다. 더구나 관련 정보의 공개를 꺼리는 이 즈음에서 듣자면 그간 준비 기간이 길었다는 말도 궁색하기는 매 한 가지다.
사실 정부 측의 주장대로 한-미 양국 간 FTA 체결 이후 한국 경제의 전망이 전연 어두운 것은 아니며, 오히려 ‘2만불 시대’를 더욱 앞당길 수도 있을 터이다. 일례로 중국과 일본이 당분간 미국과 FTA를 체결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한-미 FTA의 효과는 클 것이 뻔하다. 다시 말해 FTA 체결 이후 미국시장을 우리가 주요 경쟁국보다 선점하게 되면 최근 들어 계속 약화되어 온 미국 시장 내 우리 기업의 입지가 획기적으로 강화될 뿐 아니라 우리 기업과 미국 기업들 간의 전략적 제휴 확대를 통해 양국 산업계가 공존하는 토양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대미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우리의 산업 구조상 이 점은 국가 경제에 오히려 큰 보탬이 되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핸드폰을 식량으로 살아 갈 수 없는 인간이라는 존재이며, 늘 미국 영화만을 보고 살 수 없는 한국 사람이라는 점에 있다. 도시의 빌딩에서 핸드폰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는 월급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캘리포니아오렌지를 사먹을 수 있겠지만, 시장에 내다 팔 수 없는 제주감귤을 재배하는 농민은 무엇으로 핸드폰을 사고 밥을 사먹을 것인가? 재미있는 미국영화 한두 편만 상륙하면 80%를 웃도는 관객을 죄다 빼앗긴 나머지 ‘고두심’ 언니들이 영화를 못 찍는다면 과연 우리들은 평생 동안 어느 나라 영화를 봐야 한단 말인가? 결국 우리끼리만 살 수 없는 세계 경제의 현실에서 요체는 산업 부문간 선택과 보조를 전제로 받을 것은 받고 줄 것은 주는 대타협의 지혜라 하겠다.
일단 코앞에 닥친 선거는 선거대로 잘 치르고, 지체 없이 합심하여 농업, 교육, 의료, 관광문화산업의 100년 발전에 지속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칠 ‘한-미 FTA 체결’에 공전(空前)의 관심을 두자. 문제는 ‘한-미 FTA 체결 추진’ 과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장기간의 토론을 통해, 놓을 것과 놓지 말아야 할 것을 지혜롭게 분별하는 일이다.
그러려면 외교안보적인 측면을 뒷받침한 외교통상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관련 문서를 포함하여 ‘한-미 FTA 제1차 공식 협상’ 준비 과정에서 작성되고 교환된 모든 자료를 공개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터이다.<신의경 제주한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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