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철, 쓰레기는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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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숙. 금능꿈차롱작은도서관장 / 시인
‘에베레스트를 비롯한 히말라야는, 온갖 쓰레기가 쌓여있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다’라는 뉴스를 며칠 전 접했다. 산악인들에겐 로망이었던 에베레스트 산이 최신 장비와 기술로 등반하기가 수월해지자, 이제는 신비의 베일을 벗고, 사람들이 남긴 흔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높이 8849.9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은 중국과 네팔 국경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그동안 등반객들은 끊임없이 이 산을 올랐다. 입산료만 5명 기준 8000만 원 정도라 하니, 네팔정부는 그로 인해 막대한 수입을 얻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도한 등반객 수와 쌓여가는 쓰레기 더미로 에베레스트 등반을 일시적으로 중단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해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고 있고, 그들이 남긴 쓰레기양이 120t에 달한다고 하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쓰레기장이라는 오명을 들을 만도 하다. 이로 인해 네팔 정부는 에베레스트 등반객들에게 쓰레기를 되가져오기 위한 쓰레기봉지를 준비해 가지 않을 경우 4000달러(약 415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이제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피서철에 접어든다. 살고 있는 곳이 피서지 근처다 보니 여름철 아침 산책을 하다보면 밤새 즐기고 먹고 마셨던 자리 그 흔적이 참혹하다. 굴러다니는 깡통, 음료수 병, 봉지, 심지어는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흡사 쓰레기장을 산책하는 느낌이 들어 불쾌함을 느끼는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 동네 이야기만이 아니다. 가까운 비양도의 경우는 그 정도가 더 심각하다. 피서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데 이들이 배출하는 쓰레기양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물론 비양도는 섬이기 때문에 물살을 타고 모여든 어구쓰레기 역시 만만치는 않다. 그 어구쓰레기에 방문객들이 버리고 간 생활쓰레기들이 한데 뒤엉켜 비양도 산책길 구석구석 박혀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비양도 같은 경우는 다른 곳처럼 정기적으로 쓰레기 처리차량이 다닐 수 있는 곳도 아니어서 쌓이는 쓰레기에 대한 처리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쓰레기 문제는 바닷가나 유명한 피서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근래에 들어 올레길이 널리 홍보 되면서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고 있다. 그래서일까? 올레코스가 이어져 있는 인가와 멀리 떨어진 오름, 그늘진 숲속이나 물이 흐르는 계곡 역시 쓰레기 몸살에서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다. 그 중에는 자신이 생산한 쓰레기를 양심적으로 되가져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들고 다니기 귀찮아서 주변 숲길이나 옴팡진 곳에다 버리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쓰레기 하나만 있어도 사람들이 그곳에 버리고 버려 순식간에 쓰레기장으로 변해버리고 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물론 행정이나 시민사회봉사단체에서 정기적으로 캠페인을 하면서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지만 제주도가 쓰레기 섬이라는 오인이 찍히기 전에 버리는 것을 가급적 줄이고 되가져오는 것을 생활화할 수 있는 시민교육이 우선되어야 하겠다. 그도 안 되면 마라도에 들어갈 때 해상공원 입장료를 별도로 부과하는 것처럼, 피서지를 방문할 때 별도의 쓰레기 처리요금을 부과하는 방법. 하다못해 에베레스트산의 경우처럼 쓰레기봉투를 갖고 가게 하는 방법도 고려해 봐야 하겠다. 청정 제주의 이미지는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지키고 가꾸어 나가야 하는 소중한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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