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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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史記)의 관안열전(管晏列傳)에 나오는 얘기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齊)나라에는 안영이라는 유명한 재상이 있었다. 신분이 신분인 만큼 안영에게는 지금의 전용차인 마차가 한대 있었다.

하루는 안영이 외출을 하려고 마부(馬夫)에게 준비를 하도록 했는 데 마침 이 마부의 처가 문틈으로 이 광경을 보게 됐다. 마부는 안영이 탈 수레 위에 큰 차양을 씌우더니 마차의 앞자리에 앉아 채찍질하는 흉내를 내면서 의기양양(意氣揚揚)한 표정으로 매우 만족스러워 하고 있었다. 마치 자기가 재상이라도 된 것 처럼.

이 마부가 집으로 돌아오자 그런 모습을 지켜본 처가 마부에게 이혼을 하자고 요구했다. 깜짝 놀란 마부가 처에게 이유를 묻자 아내는 “안자(晏子)께서는 키가 5척(150㎝ 정도) 밖에는 되지 않지만 한 나라의 재상으로서 명성이 높습니다. 그 분은 마차에 오를 때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매우 겸손한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마부의 신분이면서 마치 재상이라도 된 듯 기뻐하니 이런 남자하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답을 들은 마부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까지 의기양양하던 모습을 버리고 겸손하게 행동했다.

그러자 안영이 마부의 달라진 행동을 이상하게 여겨 까닭을 물으니 마부는 지금까지 일어난 일을 소상하게 말했다. 이에 안영은 마부가 자신의 잘못을 깨달은 것을 높이 사 대부의 벼슬을 내렸다고 한다.

이제 5·31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도지사와 도의원, 교육의원 후보들은 저마다 자신이 특별자치도 추진에 적합한 인물임을 내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요즘 같아서는 별 힘이 없는 사람들도 목에 힘이 들어갈만 하다. 가는 곳 마다 출마 후보들과 후보 지지자들의 깍듯한 인사를 받고 평소 잘하지 않는(?) 두손으로 악수를 받곤 한다. 이쯤되면 유권자가 왕이라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러나 함정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아쉬울 때는 간이고 쓸개를 빼줄 것 같이 하다가 선거가 끝나고 당선만 되면 180도로 태도가 돌변하는 일이 허다하니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제주도는 7월이 되면 특별자치도의 원년이 된다. 누가 당선의 영예를 안을 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그렇지만 당선자들은 선거운동기간에 유권자들을 대하는 자세인 ‘겸손’이라는 단어는 가슴깊이 새겨 알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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