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차선조차 없다면 차악이 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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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31 지방선거 투표일이 바로 코앞에 다가왔다.

지금까지 수많은 선거를 치뤄봤지만 이번 선거는 어딘지 떨떠름하고 어리둥절하다. 대한민국이 탄생한 이래 처음으로 경험하는 이상한 선거이다.

그런 가운데 제주의 경우만은 박빙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전국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의 진철훈, 한나라당의 현명관, 무소속의 김태환씨 등이 팽팽한 접전을 벌이고 있으니 선거하는 맛이 날만도 하다.

후보자들 모두 그만하면 손색없는 훌륭한 경력들을 지니고 있다.

뿐만 아니라 공약들도 그런 대로 무난한 편이어서 매니페스토의 검증도 거친 터라 크게 잘못된 것은 없을 터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평범한 공약들은 제주 땅이 생긴 이래 최대의 변혁을 치러야 하는 충격적 역사의 전환점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출발을 책임져야 할 리더로서의 도지사라는 직책에 대한 타당한 인식과 이를 실현할 단호한 의지의 결여로 비쳐지니 실로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는 7월 1일부터 실시되는 제주 특별자치도, 세계평화의 섬, 국제 자유도시 등 그 현란한 이름들이 그 이름에 걸맞는 역동성을 지닌 프로젝트에 의하여 강력하게 추진해 나아가겠다는 결연한 결의로, 도민들을 감동시킬 획기적인 조감도도 없이 당장 입맛에 맞는 자잘한 공약들을 내뱉고 있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서 참담함마저 느끼게 된다.

사전에 제주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흔적도 없이 이웃집에 놀러 온 사람처럼 뛰어든 이들을 보면서 섭섭함을 넘어서 고약하다는 생각마져 든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 모 후보도 대단히 충격적이고 신선한 공약들을 내놓았었다.

도민이 그를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들 공약들은 무산되고 말았지만 사실 이것들은 제주역사를 비약시키는 내용들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더욱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제 더욱 획기적이고 창조적인, 비약의 날개를 다는 프로젝트가 나와야 하는데 이런 것들이 전무하니 이름 따로 내용 따로 노는 정체성의 위기를 앞으로 4년 내내 굳힐 셈인가, 도대체 무엇이 특별자치도의 특색이란 말인가.

지금까지 지난 8년동안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몇 년동안 공직생활을 했노라 광고하면서 국가 예산만 축 낸 것이 아닌가. 그러니 잘나가던 제주도가 전국 꼴찌가 된 것이 아닌가.

헬리콥터를 타고 제주 상공을 열 바퀴만 돌았다면, 제주의 해안과 해안선을 심도 있게 고민하면서 열 바퀴만 돌았다면, 제주의 산야와 중산간을 열 바퀴만 돌아보았다면, 특별자치도지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알게 될 것이 아닌가.

국제자유도시, 평화의 섬, 특별자치도의 이름에 걸맞는 그림도 지니지 못한 채 천박하게 표만 구걸하는 모습들이 구역질이 날 지경이다.

이제 특별자치도의 미래를 이끌어갈, 창조적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갈 지사 후보로는 최선도 차선도 보이지 않고 제 정신 있는 도민들이 가슴을 압박하는 후보들뿐이다.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분통이 터질 일이다.

이제 어쩌랴 차선의 후보조차 없다만 차악의 후보라도 선택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것이 최악을 막는 길이요 오늘의 상황에서 최선이 선택이 될 것이 아닌가.

제시한 공약이라도 제대로 실현할 능력이 그의 삶을 통해서 검증될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서 교묘한 언어의 유희와 읍소를 단호히 걷어내고 냉철하게 삶의 실적을 검증하고 최악을 막아서는 최선의 선택을 해야하는 중대한 과제가 우리 앞에 있지 아니한가.<김영준 제일행복한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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