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 창창한 수학자...제주 바다에 빠져 카약 투어 개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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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약올레 대표 김병수씨...한림읍 고향 바다서 제2의 인생 설계
“제주 바다는 지친 마음을 위로해 주고 스트레스를 치유해주죠. 자연을 즐기고 웃으면서 살고 싶어요.”

제주시 한림읍 귀덕포구의 바다는 늘 푸르고 아름답다. 김병수씨(37)는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고향 바다에서 지난해 6월 ‘카약올레’를 오픈했다.

김 대표는 초보자용이 아닌 바다에서 타도록 설계된 정통 카약 17대를 보유해 제주올레에 버금가는 아름다운 바닷길을 누비는 ‘카약 투어’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10분 정도 기본교육을 받으면 바다로 나갈 수 있죠. 조작법도 간단하고 쉬운데 이외로 여성분들이 균형을 빨리 잡는다”고 말했다.

양날 노(패들)를 저으며 가장 아름다운 코스를 찾아가는 ‘가이드 투어’도 진행하고 있다.

그는 “해안 동굴이 있는 범섬을 비롯해 차귀도, 비양도를 탐험하다 보면 신비로운 비경에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며 “물속으로 지나가는 고기떼를 보고, 간혹 돌고래와 마주치다보면 재미가 더욱 쏠쏠하다”며 카약 투어의 매력을 소개했다.

까무잡잡한 얼굴에 건장한 체격인 그는 스스로 ‘제주 촌놈’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미국 유학길에 오르며 엘리트 코스를 밟은 전도가 창창한 수학자였다.

한림읍 대림리 출신으로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미국 콜로라도주립대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연거푸 취득했다.

6년 동안 물리 유체역학, 나노역학 등 자연 현상의 원리를 수학으로 풀어내는 ‘응용수학’을 전공했다.

그런데 지도교수의 소개로 캐나다 퀘벡의 한 연구소에서 9개월 간 연구원 생활을 하던 중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갑자기 두통이 찾아오고 불면증에 시달렸죠. 혼자 남겨졌다는 외로움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더구나 퀘벡은 옛 프랑스 식민지로 이 지역 사람들은 공용어로 프랑스어만을 쓰면서 말문을 트지 못한 그를 더욱 외롭게 했다.

실험과 연구 생활만을 반복했던 그는 복잡한 수학 문제를 벗어나 어머니의 숨결과 같은 고향 바다의 품에 안기고 싶어졌다. 결국 미국과 캐나다 유학생활을 청산하고 귀국 길에 올랐다.

신분과 지위가 보장된 자리를 뿌리치고 지난해 고향인 한림읍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아쉬움도 많았다.

그는 “지난 1월 미국의 지도교수가 같이 일해보자며 연락이 왔었죠. 결혼을 했으면 가족과 함께 미국에 갈 수도 있었는데, 미혼인 저는 또 홀로 살아가는 게 부담이 되면서 고향에 계속 남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유학 중에 알래스카를 여행했던 그는 에스키모들이 사냥용으로 타고 다니던 카약이 대중 레포츠로 자리 잡은 것을 보고 제주에서 카약 투어를 개척했다.

그는 “알래스카에선 카약으로 섬과 빙하를 탐험하는 체험이 인기를 끄는데 차귀도나 비양도를 탐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섬 탐방이 어려운 초보자들은 한라산을 배경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진 곽지과물해변이나 한담해변으로 답사할 수 있다.

당분간 고향에서 쉬면서 마음을 추슬러 보려던 그는 바다에 흠뻑 빠져들었다.

내친 김에 곽지포구에 있는 오래된 집을 임대해 카페로 단장하고 있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대학생이나 배낭족을 대상으로 ‘라면 카페’를 운영할 계획이다.

그는 “소금쟁이가 왜 물에 뜰 수 있는지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응용수학도 재미있는 분야이지만, 고향 바다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카약을 타는 게 더 재미있다”고 말을 맺었다.

좌동철 기자 roots@jejunews.com

(사진) 미국 유학생활을 마치고 고향에 정착한 김병수 카약올레 대표가 제주시 한림읍 귀덕포구에 있는 사무실을 나선 후 카약을 메고 바다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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