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선거 때문에, 5월에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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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선거 축제의 마지막 날이다.

가정의 달인 5월 한 달 동안 ‘선거’라는 축제 속에서 우리는 생활해 왔다.

그러나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선거의 속성상 선거=축제는 사실상 이뤄내기 어렵다.

유권자 중 이번 선거가 축제분위기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몇인지 궁금하다.

오히려 이번 선거가 도민에게 안겨준 실망감이 더 크다고 하겠다. 우울함과 절망이 뒤섞인 어두운 축제다.

이 시간 현재 도민들이 뽑아준 자치단체장들은 모두 어디에 가 있는가.

지금 4개 시 ·군 모두다 권한대행 체제다. 참으로 사상 초유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다.

행정체제개편을 놓고 3개 시장 ·군수들은 ‘풀뿌리 민주주의 사수’ ‘주민의 참정권 보장 확보’등을 내세우며 단일광역체제를 반대했다.

그러나 행정체제개편이 합헌이라는 헌재의 판결 이후 보여준 시장 ·군수들의 변신은 놀랍기만하다.

한 전직 자치단체장은 지난 15일 20여 년동안 몸 담았던 정당을 과감히 탈당, 모 도지사 후보 캠프에 들어갔다.

그는 “내가 속한 지자체 공무원들의 신분상 불이익을 막기 위해 선거전에 뛰어 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애초부터 군수대행체제인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의 신분상 불이익은 상관없다는 말인가. 2개 자치단체가 합쳐지는 데 말이다.

특히 해당 전 자치단체장은 통합 제주시 행정시장 후보로 지명됐다. 이 때문에 합쳐지는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다.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단일광역체제의 행정시장자리에 서게 될 경우 주위의 시선은 어떨지 궁금하다.

또 다른 전직 자치단체장의 정치 참여 과정도 그렇다.

이 단체장은 당초 모 정당을 탈당한 후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자기가 속한 지자체의 깃발을 내리는 모습을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많은 주민들이 그 말을 곧이 믿었다. 그러나 그는 결국 모 도지사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통합 서귀포시장 후보로 지명됐다.

앞서 언급한 전직 자치단체장과 닮은 꼴이다. 또 다른 전직 자치단체장의 경우는 앞서 언급한 2명의 자치단체장과 정치 참여과정이 다르다.

그러나 이 전직 자치단체장도 통합 제주시장 후보로 지명돼 모 도지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자신이 그토록 반대했던 단일광역체제의 행정시장 자리에 서게 된다.

이 또한 그리 명분이 서지 않는 대목이라 하겠다.

선거직 기초단체장들의 이러한 ‘왔다 갔다’정치 성향은 도민을 부끄럽게 하고 있다.

오죽하면 일부 지방정치인들은 부하였던 직원들로부터 ‘백성을 버리고 적장의 품에 안긴 꼴’ ‘석고대죄 해야’라는 비난을 받을까.

기초자치단체장들이 5월에 행한 일을 놓고 유권자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합집산과 철새정치로 요약되는 이번 5 ·31선거의 최대 피해자는 도민이다. 도민이 선택한 그들이 자기 자신의 이익을 쫓아 도민의 선택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또한 도외의 시선이 권한대행의 섬, 제주에 집중될 때 도민은 부끄러운 것이다.

5월은 가슴이 따뜻한 달이다. 어린이날 과 어버이날이 있고 가정의 달이기 때문이다.

또한 독재와 폭압, 인권유린에 맞선 5 ·18민주항쟁이 있었던 달이다.

그러나 2006년 제주의 5월은 따뜻하고 정의의 계절이 아니라 냄새나는 짝짓기의 계절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6월 31일 내려지는 해당 지자체들의 깃발도 부끄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5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5월에 미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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