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빠진 학교성과급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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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태. 시인 / '다층'편집주간
초등학교 6학년 선 지원 최다 학교, 학교폭력 관련 폭력대책위원회 개최 실적 전무(全無), 지역사회 학교 선호도 1위, 인성중심의 교육, 도내 학력 최고의 학교. 하지만 이 학교는 얼마 전 제주도교육청으로부터 통보받은 ‘2012학년도 학교 성과급 평가’에서 2010, 2011학년도에 이어 3년 연속 B(최하위 등급)를 받았다. 학교 성과급 평가시 ‘교원직무연수 평균시수’ 등 계량화 된 실적만으로 학교 등급을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성과급은 각급학교를 대상으로 교육부에서 정한 공통지표(학업성취도 평가 향상도, 특색사업 운영, 방과후 학교 학생참여율, 체력발달률 등)와 시도교육청에서 정하는 자율지표(제주교육청의 경우 교원직무연수 이수율, 교사 공개수업 비율, 전화친절도,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적 등)를 합산해 성과급을 S(30%), A(40%), B등급(30%)으로 나눠 차등 지급하는 제도다.

하지만 도입 초기부터 이 제도의 각종 지표는 ‘전시행정, 업무과다, 허위보고, 클릭 연수’ 등으로 학교를 망가뜨린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뿐만 아니라 평가지표가 안고 있는 문제점으로 인해 공정성과 신뢰성은 그리 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를테면, ‘학업성취도 평가 상향도’라는 항목에서, 학업성취도 평가 미도달자가 해마다 ‘1명→0명→0명’인 경우는 점수가 낮고, ‘10명→7명→5명’인 학교는 점수가 높다. 뿐만 아니라 ‘전화 친절도’라는 항목만 해도 그렇다. 민원 부서인 행정실의 전화 친절도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교무실까지 대상에 포함시켜 평가를 한다. 교무실은 엄연히 일반 민원 부서와는 상이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 제도는 결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바탕으로 중앙정부가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정책을 평가기준으로 제시하여 교육청과 학교에 강요할 뿐, 학교현장의 의견이나 현실은 무시된다. 결국은 이렇게 불합리한 평가지표들을 제시하고 지표에 맞춰 학교의 운영이나 교사의 연수를 관리하는 것은 학교의 자율성과 특색 교육을 보장하는 분위기와는 상반된 것이다. 그래서 이러한 지표를 강요하는 것은 학교 길들이기라고밖에 생각할 수가 없다. 이렇다 보니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 학생에게 방과후 학교 강요, 전시성 행사 추진, 보고서 위주의 학교 운영 등의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겉으로는 학교자율화와 지방교육자치의 확대를 표방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교육의 중앙집권화를 강화했다. 교육에 경쟁만능, 평가만능의 가치를 강요하는 이 제도는 학교교육을 획일화하고 학교현장의 자율성과 창의성을 파괴하는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공교육 살리기가 화두로 대두되니 ‘방과후 학교 학생참여율’이 지표로 들어오고, 학교폭력예방 대책을 강조하니 ‘학교폭력 예방교육 실적’이 지표가 됐다. 얼마나 개성과 인성을 잘 반영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할 것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학교폭력 발생 빈도보다는 몇 명의 학생에게 몇 번의 교육을 시켰느냐 그것을 기록으로 남겼느냐만 중요하다. 결국 부여된 지표에 따라 현란한 수사(修辭)로 표현된 보고서에 숫자와 도표로 표현될 수 있는 ‘실적’만이 중요하다. 그 속에 학생을 사랑하는 ‘마음’은 없다.

교육은 유행이 아니다. 교육은 가장 보수적이어야 할 영역이다. 계승해야 할 전대(前代)의 가치를 후대(後代)에 전승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부모의 교육 현장 간섭이 강할수록 교사들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어떤 직업이나 직책에 있든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따라서 학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학교 성과급제도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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